뉴욕과 뉴저지를 포함한 미국 동북부 전역이 기록적인 폭염에 휩싸였다. 6월 셋째 주를 지나며 일일 최고기온이 화씨 100도(섭씨 38도)를 넘어선 가운데, 뉴저지 일부 지역에서는 103도까지 상승하며 주민들의 건강과 지역 인프라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른바 ‘열돔(heat dome)’으로 불리는 기상 현상은 미국 전역 1억 6천만 명 이상을 위험에 빠뜨린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을 단순한 이상기후 현상이 아닌 “구조적 재난의 시작”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뉴욕시는 공식적으로 폭염 비상경보를 발령하고 각 구마다 쿨링센터를 운영 중이다. 브루클린, 퀸스, 브롱크스, 스태튼아일랜드 등 저소득 밀집 지역 주민들이 주요 피해 계층으로 지목되며, 특히 노숙인과 노년층, 이민자 가구의 피해가 심각하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고지된 전기요금 부담으로 에어컨 전원을 끄고 생활 중이라고 증언했다. 이에 따라 복수의 시민단체는 “냉방권은 생존권”이라며 전기요금 보조 정책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뉴저지에서는 더욱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패터슨의 힌츨리프 스타디움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식 도중 150여 명 이상이 열사병 및 탈수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오전 10시 무렵부터 시작된 졸업식은 그늘막 없이 3시간 이상 지속됐고, 이로 인해 학생들과 가족, 교직원 등이 고열과 탈진 증세를 호소하며 무더기로 실신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 당국은 즉시 긴급 사태를 선포하고 지역 도서관과 커뮤니티 센터를 대피소로 전환해 운영에 나섰다.

기상 재해는 도시 인프라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모리스 카운티를 지나는 고속도로 I-287 남행선 구간에서는 아스팔트가 열기로 인해 부풀어 오르며 차선 일부가 폐쇄됐다. 해당 도로는 평일 출퇴근 시간대 많은 차량이 이용하는 주요 간선도로로, 갑작스러운 도로 변형은 대규모 정체와 사고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뉴저지 교통부는 긴급 복구에 착수했으며, 유사 사례가 인근 지역 고속도로와 철도에서도 보고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전력 사용 폭증 역시 도시 기능을 위협하고 있다. 뉴욕시 전력공급사 콘에디슨은 일부 지역에서 전압이 불안정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에너지 소비 절감을 시민들에게 요청한 상태다. 특히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는 냉방 기기와 가전제품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에어컨 설정 온도를 화씨 78도(섭씨 약 26도)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브루클린과 퀸스 일부 구역에서는 이미 간헐적인 정전이 보고되었고, 노후 아파트 단지에서는 엘리베이터 작동 중단 사례도 발생했다.

한편, 이번 폭염을 단순한 날씨 이상 현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열돔 현상은 제트기류의 정체로 인해 고온 고기압이 특정 지역에 장기간 정체되면서 발생하는데, 올해 미국에서는 벌써 일곱 번째 열돔이 발생했다. 이는 기후변화 시대의 새로운 일상, 이른바 ‘뉴 노멀(new normal)’의 시작을 알리는 징후로 해석되고 있다. 기후 전문가들은 폭염, 한파, 홍수, 가뭄 같은 기상 현상이 점점 더 빈번해지고 강력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100년에 한 번 올 만한 폭염이 이제는 3~4년 주기로 반복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도시 시스템의 내구성과 주민들의 적응력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

기후재난이 발생했을 때 그 피해는 계층별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냉방 설비가 잘 갖춰진 상류층 주택과 달리, 에어컨이 없거나 낡은 장비에 의존해야 하는 저소득층 가구는 직접적인 건강 피해를 입기 쉽다. 또한, 건설 노동자, 배달 기사, 청소 노동자 등 실외에서 장시간 근무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폭염 보호 장치 없이 더위에 노출되어 있다. 일부 노동단체는 “폭염 속 실외 노동 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서고 있다.
현재 지방 정부는 대피소 확충, 병상 확보, 응급 대응 체계 강화 등 단기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지만, 기후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시스템 개편 없이는 앞으로의 여름이 매년 재난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시와 뉴저지주 모두 폭염 대응 전략 강화를 위한 법안과 예산을 논의 중이며, 전문가들은 건축법 개정, 친환경 냉방 인프라 확대, 쿨링센터 접근성 개선, 노동자 보호법 강화 등 종합적인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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