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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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보] 기록적 폭우가 삼킨 도시, 뉴욕과 뉴저지 — 플러딩이 드러낸 재난과 생존의 경계

2025년 7월 15일 밤부터 16일 새벽까지 이어진 기록적인 폭우가 뉴욕과 뉴저지를 강타하며 도시 전체를 마비시켰다. 국지적 집중호우로 인해 도심 곳곳이 순식간에 물에 잠겼고, 이른바 ‘플래시 플러딩(flash flooding)’이 교통, 인명, 인프라, 그리고 시민들의 일상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도시 설계와 기후 대응력에 대한 총체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급류 속 참변, 뉴저지서 2명 사망… 주 전역이 물에 잠기다

뉴저지 플레인필드(Plainfield)에서는 Cedar Brook 개울이 폭우로 범람하면서 차량 한 대가 급류에 휩쓸렸다. 탑승 중이던 여성 2명은 끝내 숨졌고, 구조대는 시신 수습 작업에 긴 시간을 소요해야 했다. 이 사건은 단 한 순간의 강우가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얼마나 위협할 수 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줬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뉴저지 전역에는 Somerset, Morris, Middlesex, Bergen 등 최소 6개 카운티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되었고, 일부 지역은 도로가 아예 사라진 듯한 상황에 직면했다. 해컨색(Teaneck), 뉴어크(Newark), 패터슨(Paterson) 등 주요 도시들은 침수 피해로 도로 폐쇄, 정전, 배수 실패 등의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뉴저지 교통국은 약 120여 개 노선의 일시 중단 또는 우회 운행을 결정했고, 뉴저지 트랜짓(New Jersey Transit) 역시 다수 열차 노선의 운행을 제한했다.

잉글우드(Englewood), 포트리(Fort Lee), 리지필드파크(Ridgefield Park) 일대 주민들은 침수된 자택에서 배수 펌프와 양동이로 밤을 지새우며 피해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주 전역의 피해 신고 건수는 하루 만에 5천 건을 넘었고, 건물 파손, 차량 침수, 도로 파열 등의 물리적 피해 외에도 상당수 주민들이 음용수 및 난방 문제를 겪고 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뉴욕시, 지하철이 강이 되다… 인프라 한계 명확히 드러나

뉴욕시는 이번 폭우로 인해 도시의 가장 핵심적인 교통 수단인 지하철망이 완전히 마비되다시피 했다. 센트럴파크에는 1시간 동안 2.64인치(약 67mm)의 비가 내렸고, 이는 기존 강수량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였다. 이 강수는 단 90분 만에 수십 년 전 설계된 지하 배수 시스템을 무력화했다.

MTA(Metropolitan Transportation Authority)에 따르면, A·C·E라인과 1·2·3라인을 포함한 9개 주요 노선이 일부 구간에서 폐쇄되거나 지연되었고, 일부 역사(플랫부시, 145번가, 타임스퀘어)는 전면 침수되며 승객 대피가 이루어졌다. 수천만 갤런의 물을 퍼내야 하는 상황에서 MTA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닌, 100년 전 설계된 도시 구조의 경고”라고 평가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도심 전역에서는 하수구가 역류하고, 주택가에서 악취와 오수가 넘쳐나는 등 2차 피해도 속출했다. 자전거 및 스쿠터 이용자들이 전기 배터리 고장으로 길 위에 방치되고, 음식 배달 앱 사용자들은 수 시간 지연에 이어 강제 취소 메시지를 받아야 했다. 무엇보다 학교 수업이 일부 취소되고, 고령자 및 장애인들이 고립되는 사례가 잇따르며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타격이 됐다.

플러딩은 예외가 아닌 상수… 기후위기 속 재난 일상화

기상 전문가들과 환경 과학자들은 이번 폭우를 ‘100년 빈도 강수’로 정의했다. 이는 통계적으로 100년에 한 번 있을 만한 강우량이라는 뜻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 기준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뉴욕대 환경과학부 마르타 리 교수는 “우리는 더 이상 ‘이례적’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플러딩은 더 자주, 더 강하게, 더 예측불가능하게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기상청은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 상승이 북동부 해안의 강수 패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대기 중 수증기 농도 증가, 대류권의 불안정성 확대 등 복합 요인이 플러딩 위험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뉴저지 지역은 특히 저지대 인구밀집 구역이 많고, 콘크리트 위주의 도시화로 인해 빗물의 흡수가 어려워 재난 취약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이로 인해 반복되는 플러딩은 단지 ‘물난리’가 아니라 구조적 재난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도시의 저지대 구조, 하수관 크기 부족, 수직적 건물 설계 등이 기후 변화라는 상수와 만나며 복합재난을 일으키는 구조를 갖춘 것이다.

대응과 교훈: 생존 가능한 도시를 위한 전환점

이번 폭우로 인해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긴급 구조 및 복구 지원을 요청했다. 또한 피해 지역에 대한 복구 예산 배정과 함께, 도로·교량·배수관 등에 대한 구조진단 작업도 병행할 것을 지시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뉴욕시 역시 유사한 대응을 펼치고 있다.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은 재난 대응 태스크포스를 즉각 가동해 교통·위생·응급대응 부서를 통합 지휘했으며, 침수된 지하철역에 비상배수팀을 긴급 파견했다. 또한 뉴욕시 환경보호국(NYC DEP)은 고위험 침수 구역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저지대 학교 및 요양시설에 사전 대피 지침을 배포했다. 뉴욕주는 추가로 1억 달러 규모의 ‘기후 회복력 개선 기금’을 긴급 승인하며, 배수 인프라 보강과 플러딩 대응 설비 현대화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대응보다 ‘준비’가 훨씬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재난 이후 구조는 이미 너무 늦은 대응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가져오는 플러딩 위험에 대한 대비가 시급한 과제임을 증명 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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