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저지 전염병의 경고음: 기후, 도시, 인간이 만든 새로운 풍경

전염병이 다시 도시를 흔들다

뉴욕과 뉴저지. 세계에서 가장 밀도가 높고, 가장 다채로운 인종과 문화가 교차하는 이 지역은 오랫동안 미국의 경제·문화 중심지로 불려왔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사이, 이 지역은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바로 “신종 전염병의 실험실”이다.

뉴저지에서는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지역 내 말라리아 감염이 의심되는 사례가 보고되었다. 환자는 해외 여행 이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모기에 물려 발병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모기 매개 질환이 지역사회 안에서 재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동시에 뉴욕시에서는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첫 인체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매년 모기와 관련된 감염병 위험은 있었지만, 이번 사례는 폭염과 잦은 폭우 속에서 모기 개체가 급증한 올해 여름의 민낯을 보여준다.

한편, 모기만 문제가 아니다. 맨해튼 북부 센트럴 할렘에서는 레지오넬라증이 집단 발생했다. 낡은 건물의 냉각탑과 수계 시설에서 번식한 세균이 에어컨 바람을 타고 퍼지면서, 이미 100명 넘는 환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도 속출했다. 대도시의 인프라와 환경 관리가 조금만 허술해져도, 세균은 순식간에 사람들을 쓰러뜨릴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 외에도 라임병 같은 진드기 매개 질환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백신 접종률이 낮은 계층을 중심으로 홍역이 되살아나는 사례도 확인된다. 단순히 한두 가지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전염병이 동시에 고개를 드는 상황. 이는 지금 뉴욕·뉴저지가 직면한 보건 위기의 복합성을 잘 보여준다.

왜 지금, 왜 이곳인가

그렇다면 왜 전염병은 지금 이 시점에, 그리고 뉴욕과 뉴저지라는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답은 여러 층위에 걸쳐 있다.

무엇보다도 기후 변화가 가장 뚜렷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예전에는 겨울이 길고 추워 모기나 진드기 같은 매개 곤충들이 대거 사멸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북동부의 겨울은 따뜻해지고 여름은 길어졌다. 이로 인해 매개체의 활동 기간이 길어지고, 번식 속도 또한 빨라졌다. 뉴욕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슴진드기 개체 수와 그 병원체 보유율이 최근 몇 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라임병이나 아나플라즈마증 같은 진드기 질환 위험을 곧장 키운다.

둘째는 도시화와 노후 인프라다. 뉴욕은 고층 빌딩과 대규모 수계 설비가 곳곳에 있다. 냉각탑, 샤워기, 배관은 세균의 온상이 될 수 있다. 레지오넬라증 확산은 바로 이런 구조적 취약점에서 비롯된다. 특히 사회적 불평등 문제와도 겹친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한 저소득층 거주지일수록 위생 상태가 취약하고, 이는 곧 전염병의 불평등한 확산을 초래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셋째는 세계화와 인구 밀도다. 뉴욕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제선 항공편이 드나드는 도시이고, 뉴저지 역시 이민자와 이주민이 많은 지역이다. 사람들의 이동이 많아질수록 외래 전염병이 유입될 가능성도 커진다. 지금까지는 해외에서 유입된 뒤 곧 차단되곤 했지만, 이번 말라리아 사례처럼 지역사회 내 토착화가 시작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넷째는 백신 접종률의 저하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 퍼진 백신 회피 움직임은 뉴욕·뉴저지에서도 영향을 미쳤다. 홍역은 대표적 사례다. 미국 전체적으로 홍역 환자는 30여 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백신 미접종자 집단에서 발생한다. 이미 뉴욕과 뉴저지에서도 소규모 집단 감염이 확인되었다.

마지막으로, 생태계 변화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교외 지역 개발로 숲과 인간의 생활권이 맞닿으면서,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잦아졌다. 사슴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진드기 서식지가 확대되고, 이는 곧 인간에게로 이어진다. 도시 주변의 생태계 변화는 결국 사람들의 건강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전염병은 결코 자연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활동과 사회 시스템이 만든 결과다. 그렇기에 해결책 또한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환경 관리가 중요하다. 모기 서식지 제거, 고인 물 관리, 냉각탑·배관 점검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뉴욕시와 뉴저지 당국은 이미 정기적 검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사건이 터진 뒤에야 대응하는 구조를 넘어, 예방적 관리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둘째,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북동부 지역에서 과거 보기 힘들었던 말라리아가 나타나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이상 기후가 병원체의 생존 환경을 확장시키고 있다. 기후 위기를 완화하지 않고서는, 전염병 확산은 점점 더 빈번하고 복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셋째, 보건 시스템과 공중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레지오넬라증 증상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침과 발열 정도로만 생각하다 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흔하다.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예방 조치(모기 기피제 사용, 백신 접종 등)를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게 하는 캠페인이 절실하다.

넷째, 사회적 불평등 문제도 풀어야 한다. 위생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은 언제나 전염병 확산의 진원지가 된다.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권리 또한 사회 정의의 일부다. 전염병 대응은 단순히 의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연결된 과제다.

마지막으로, 국제 협력이 중요하다. 뉴욕과 뉴저지는 세계로 열려 있는 도시다. 외래 전염병의 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만의 노력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정보 공유와 대응 체계가 필수적이다.

경계의 도시가 던지는 메시지

뉴욕과 뉴저지는 언제나 세계의 축소판이었다. 금융, 예술, 문화의 중심이자, 동시에 불평등과 갈등, 그리고 기후 위기의 최전선이었다.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전염병 확산은 단순히 지역적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21세기 도시가 직면한 복합 위기의 압축판이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기후가 바뀌고, 도시가 늙고,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변하면서, 전염병은 다시금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말라리아, 웨스트나일, 레지오넬라, 홍역, 라임병—이 이름들은 각각 다른 원인을 가진 듯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그 환경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브루클린의 거리에서, 뉴저지 교외의 숲에서, 그리고 할렘의 낡은 건물 안에서 울려 퍼지는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전염병은 또 다른 이름으로, 또 다른 얼굴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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