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자산이 고이는 사회, 순환이 멈춘 경제

자산 집중의 역사와 현실, 그리고 뉴욕·캘리포니아가 던지는 해법

자산 불평등은 어떻게 ‘문제’가 되었는가

― 노동의 시대에서 자산의 시대로

자산 불평등은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자산 집중(asset concentration) 은 과거의 빈부격차와는 성격이 다르다. 핵심은 ‘얼마나 가졌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축적되는가에 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산업화 이전 사회에서 부는 주로 토지와 권력에 결합되어 있었다. 귀족과 지주 계급은 토지를 통해 부를 세습했고, 국가는 이를 제도적으로 보호했다. 산업혁명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자본과 노동이 분리되면서, 개인은 임금 노동을 통해 자산을 축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20세기 중반,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서유럽에서는 이 기대가 상당 부분 현실이 되었다. 강한 노조, 누진적 소득세, 상속세, 공공 교육 투자가 결합되며 중산층의 자산 형성이 가능했던 시기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상황은 급격히 변한다. 금융화(financialization), 탈규제, 글로벌 자본 이동이 가속화되면서 자산의 성격 자체가 바뀌기 시작했다. 부는 더 이상 노동을 통해 축적되기보다, 자산을 보유함으로써 자동적으로 증식되었다. 주식, 부동산, 기업 지분은 실물 경제의 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속도로 가치를 키웠다. 반면 임금 상승은 정체되었고, 노동의 몫은 점점 줄어들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이 시점부터 불평등은 단순한 격차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가 된다. 상위 1%, 상위 0.1%가 보유한 자산은 경제 전체의 방향을 좌우할 정도로 커졌고, 이들의 자산 증식은 세대 간 이동성마저 차단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자산 불평등이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는 이유는, 그것이 더 이상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의 결과로 설명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산은 사회가 제공한 인프라, 제도, 안정성 위에서 증식되지만, 그 과실은 극소수에게 집중된다. 이 지점에서 국가는 질문을 받는다. 이 구조를 방치하는 것이 중립인가, 아니면 이미 하나의 선택인가.

자산 집중이 만드는 현실적 문제들

― 경제, 민주주의, 그리고 기회의 붕괴

자산 집중이 심화될 때 가장 먼저 왜곡되는 것은 경제의 작동 방식이다. 자본이 특정 집단에 과도하게 집중되면, 투자는 생산성 향상보다 자산 가격 상승에 집중된다. 주택은 거주의 수단이 아니라 투자 상품이 되고, 기업은 혁신보다 주주 가치 극대화에 몰두한다. 그 결과 경제는 성장하지만, 체감되는 삶의 질은 오히려 악화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다음으로 흔들리는 것은 민주주의다. 자산은 곧 정치적 영향력으로 전환된다. 로비, 선거 자금, 미디어 영향력은 정책 결정 과정에 불균형을 만든다. 법과 제도는 형식적으로는 중립적이지만, 실제로는 자산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기 쉽다. 이때 시민들은 정치가 더 이상 자신의 삶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느끼며, 극단적 정치와 포퓰리즘이 확산된다.

마지막으로 무너지는 것은 기회의 출발선이다. 교육, 주거, 의료, 네트워크는 점점 자산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노력과 재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출발선의 격차를 극복하기 어렵다. 사회는 능력 경쟁 사회에서 상속 사회로 이동한다. 이 변화가 지속될수록, 사회적 신뢰는 붕괴되고 갈등의 비용은 누적된다.

이러한 문제들은 추상적 담론이 아니라, 뉴욕과 캘리포니아 같은 도시와 주에서 매일의 현실로 나타난다. 치솟는 주거비, 공공 인프라의 노후, 중산층의 이탈은 모두 자산 집중의 결과다.

해법의 출발점: ‘자산에 대한 공정한 과세’

― 부를 처벌하지 않고, 책임을 묻는 방식

자산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부유세다. 그러나 이 논의는 종종 오해된다. 부유세를 ‘부자를 벌주는 세금’으로 이해하는 순간, 논쟁은 도덕적 감정의 싸움으로 전락한다. 현실적인 접근은 다르다.

자산에 대한 공정한 과세란, 자산 가치 상승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묻는 것이다. 대도시의 부동산 가치, 기술 기업의 시가총액, 금융 자산의 안정성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공공 인프라, 법적 안정성, 교육 시스템, 시장 접근성이라는 사회적 조건의 결과다. 따라서 자산이 증가할수록, 그 사회적 비용을 다시 사회로 환원하는 것은 처벌이 아니라 회계적 정산에 가깝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현실적인 해법은 단일한 세금이 아니라 정책의 묶음이다. 자본이득세의 실효성 강화, 상속·증여세의 회피 차단, 그리고 극단적으로 집중된 초고액 자산에 대한 제한적 과세가 결합되어야 한다. 핵심은 세율의 높낮이가 아니라, 노동소득과 자산소득 사이의 왜곡을 줄이는 것이다.

뉴욕시 사례: 도시가 자산에게 묻기 시작하다

― Zohran Mamdani와 ‘도시 비용’의 정치

뉴욕시는 자산 집중 문제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도시 중 하나다. 월가와 글로벌 금융 자본이 만들어낸 부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동시에 주거비와 생활비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간극 속에서 뉴욕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 도시에서 자산 가치를 키운 주체는 누구이며, 그 비용은 누가 부담했는가.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뉴욕 정치에서 주목받는 인물인 Zohran Mamdani의 등장은 이 질문을 제도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그의 정치적 메시지는 단순한 증세 구호가 아니다. 그는 자산이 도시를 ‘소모’시키는 구조를 지적한다. 부동산 가치 상승은 교통, 치안, 교육, 공공 서비스에 대한 부담을 키우지만, 그 비용은 주로 중산층과 서민에게 전가된다.

이 관점에서 부유세나 자산 과세 강화는 도덕적 정의가 아니라 도시 운영의 지속 가능성 문제다. “뉴욕이라는 도시가 자산을 키워줬다면, 그 유지 비용도 다시 도시로 돌아와야 한다”는 논리는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뉴욕이 더 이상 자산의 성장을 무한히 용인할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캘리포니아 사례: 자산은 이동하지만, 기원은 남는다

― California의 억만장자 부유세 논의

California는 자산 집중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실리콘밸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부를 만들어내는 지역이지만, 동시에 가장 빠르게 자산가들이 떠나는 지역 중 하나다. 테크 억만장자들은 거주지를 옮김으로써 주 세금을 회피할 수 있다. 이 현실 앞에서 캘리포니아는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부는 떠날 수 있어도, 그 부가 만들어진 조건은 어디에 있었는가.

[출처: The New York Public Library]

캘리포니아에서 논의되는 억만장자 부유세나 출국세(exit tax) 개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이는 자산 이동의 자유를 전면 부정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대신, 자산 형성의 기원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접근이다. 교육, 연구 인프라, 법적 보호, 시장 접근성이라는 공공 자산 위에서 만들어진 부가, 완전히 사적인 소유로만 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이 논의는 헌법적·법률적 쟁점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자산에 대한 과세는 더 이상 국경이나 행정구역에만 묶일 수 없다는 현실이다. 글로벌 자본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과세 원칙이 필요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맺음말: 순환을 회복하는 사회로

자산 집중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부를 없애겠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부가 사회 안에서 다시 순환하도록 설계를 바꾸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극단적인 자산 집중은 언제나 사회적 불안과 제도적 개입을 불러왔다. 오늘날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 벌어지는 논의는 그 반복되는 역사 속에 위치한다.

부유세는 해법의 전부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한 출발점이다. 자산에 대한 공정한 과세, 경쟁 정책 강화, 노동의 몫 회복, 공공 투자 확대가 함께 작동할 때만, 자산 집중은 완화될 수 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는 지금 그 실험의 최전선에 서 있다. 이 실험이 성공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 역시 하나의 정책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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