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4일 치러질 뉴저지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 경선 구도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현직 필 머피 주지사(민주)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그의 후계자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 이미 네 명의 유력한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으며, 각기 다른 정책적 방향성과 정치적 기반을 앞세워 치열한 4파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경선은 단순한 후보 선택을 넘어, 머피 행정부 이후 뉴저지 민주당의 미래 노선을 결정짓는 중대한 시험대로 평가된다.
4인 4색, 주요 후보 분석
현재까지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주요 후보는 ▲미키 셰릴(연방 하원의원, NJ-11) ▲조시 고트하이머(연방 하원의원, NJ-5) ▲스티븐 풀롭(저지시티 시장) ▲라스 바라카(뉴어크 시장)이다. 이들은 지역 기반과 정치 경험, 정책 우선순위에서 서로 다른 정체성을 드러내며, 각자의 방식으로 유권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먼저 미키 셰릴(Mikie Sherrill) 은 해군 헬기 조종사 출신으로, 연방 검사 경력까지 갖춘 중도 성향의 정치인이다. 현재 민주당 경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그녀는 여성 유권자와 교외 중산층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다. 셰릴 의원은 “뉴저지를 여성과 가족 친화적인 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여성 건강권 보장, 공교육 투자 확대, 총기 규제 강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조시 고트하이머(Josh Gottheimer)는 ‘블루독 민주당(Blue Dog Democrat)’ 소속으로, 온건보수적 색채를 가진 경제 중심 정치인이다. 그는 머피 주지사와 차별화된 경제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뉴저지는 더 이상 고세금·반기업 주(state)가 되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내세운다. 감세, 규제 완화, 공공 인프라 재건, 고용 창출이 그의 4대 키워드다. 여기에 더해, 한인 밀집지역인 버겐카운티 출신으로 이민자 정책에도 호의적인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풀롭(Steven Fulop)은 3선 저지시티 시장으로, 실용주의적 진보 노선을 걷는 정치인이다. 그는 도시 재개발, 형평성 있는 예산 집행, 경찰개혁 등의 이력을 앞세워 중도·진보 진영 모두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풀롭은 필 머피 주지사와 가까운 정치적 관계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일부 진보계층과 노동조합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다.
마지막으로 라스 바라카(Ras Baraka)는 전설적 민권운동가 아밀카 바라카의 아들이자, 뉴어크의 첫 흑인 진보 시장이다. 사회 정의, 인종 형평성, 이민자 보호 정책을 앞세워 대도시 저소득층, 흑인·라티노 커뮤니티에서 확고한 지지를 얻고 있다. 최근 연방 법무부가 뉴어크를 포함한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 정책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바라카 시장은 전국적 주목을 받고 있다.
정책 전쟁: 중도와 진보의 충돌
이번 경선은 ‘정책 대결’의 성격이 강하다. 각 후보들은 기본적으로 교육, 경제, 공공안전, 보건의료, 주택 문제 등 공통 현안을 다루고 있지만, 접근 방식과 우선순위는 현저히 다르다.

- 셰릴은 교육과 여성 권리 보호를 내세운다. 공립학교 교사 급여 인상, 무료 유치원 프로그램 확대, STEM 교육 강화 등은 그녀의 핵심 공약이다. 또한 여성 유권자들에게 ‘임신 중지권 보호’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대법원의 낙태 권리 철회 판결 이후 진보 유권자들의 결집을 노리고 있다.
- 고트하이머는 경제에 초점을 맞춘다. 뉴저지의 ‘세금 지옥’ 이미지를 벗기 위해 소득세·재산세 감면, 중소기업 지원, 교통 인프라 확대 투자 등을 제안하고 있다. 그는 머피 정부의 진보적 복지 확대 정책에 대해 “재정 지속 가능성이 낮다”고 비판하며, 경제적 실용주의를 강조한다.
- 풀롭은 ‘균형 있는 성장’을 주장한다. 대도시 재개발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을 교외 및 농촌 지역에 재분배하고, 공공안전 강화를 위해 경찰 재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부동산 개발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난을 해결하겠다는 점에서, 부동산 업계와 일부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 바라카는 진보 어젠다의 가장 강력한 목소리를 대변한다. 그는 “뉴저지는 억압받는 사람들의 피난처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무주택자 보호, 경찰 예산 감축 후 지역 사회 프로그램 확대, 기후 정의 등을 약속하고 있다.
‘포스트 머피’ 민주당의 향방은?
이번 경선은 단순한 리더십 선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필 머피 주지사는 재임 기간 동안 최저임금 인상, 유급 병가 확대, 기후 정책 강화 등 진보적 정책으로 주목을 받았고, 그 정치 유산은 지금까지도 민주당 내에서 기준점이 되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경선은 ‘머피 계승자’를 둘러싼 암묵적인 경쟁이기도 하다. 머피와 정치적 노선이 유사한 풀롭과 바라카가 이를 계승하려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셰릴과 고트하이머는 “머피 시대 이후의 새로운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주당 조직은 아직 공식적인 후보 지지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노동조합, 교원단체, 환경단체 등 각 이익집단은 이미 후보 캠프와의 접촉을 통해 지지 세력 형성에 나선 상태다.
공화당 변수와 본선 전략
공화당에서는 지난 선거에서 필 머피 주지사와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잭 시아타렐리(Jack Ciattarelli)의 재출마가 유력시되고 있다. 그는 “이번엔 이길 준비가 되어 있다”며 선거 조직을 재정비 중이며, 민주당의 경선 분열이 공화당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화당은 이번에도 지난 선거와 유사한 정도의 공약을 들고 나올것으로 예상된다. 세금 감면, 공립학교 선택권 확대, 공공안전 강화 등을 내세워 교외 지역 유권자와 무당층을 겨냥하고 있다.
향후 일정 및 전망
민주당 경선은 2025년 6월 예비선거를 통해 최종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공식 등록 마감은 3월이며, 여름부터는 TV 광고, 지역 타운홀 미팅, 디지털 캠페인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주요 언론사와 시민단체 주최의 공개토론회도 예정되어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경선은 뉴저지 민주당이 진보 노선을 유지할 것인지, 중도 실용주의로 선회할 것인지의 기로에 있다”고 분석하며, “대선과 맞물려 전국적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경선”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2025년 뉴저지 민주당 경선은 단순한 당내 경쟁을 넘어, ‘뉴저지가 나아갈 미래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대한 선택이 될 것이다. 누가 이 격전의 승자가 될지, 그리고 그가 어떤 새로운 뉴저지를 그려나갈지는, 결국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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