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가 66년간 이어온 무단횡단 단속 조례를 전면 수정하며, ‘무단횡단 사실상 합법화’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뉴욕시의회가 통과시킨 관련 조례가 120일간의 계도기간을 마친 가운데, 4월 17일 열린 최종 공청회를 끝으로 본격 시행을 위한 마지막 절차를 마무리했다.
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조례는 빠르면 5월 중 시행에 들어갈 전망이다.
“무단횡단은 더 이상 불법 아냐”… 단속 대상서 제외
개정된 조례는 기존의 무단횡단 금지 조항을 대폭 완화해, 보행자가 교통신호를 무시하거나 횡단보도 이외 지역에서 길을 건너는 행위가 더 이상 경찰 단속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1958년부터 시행된 무단횡단 단속 조례를 66년 만에 사실상 폐지한 셈이다.
다만, 새로운 조례는 보행자가 빨간불 신호나 비지정 구역을 횡단할 경우 ‘우선권’을 갖지 않으며, 차량 등 통행권이 있는 교통수단에 양보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시의회는 또한 운전자 및 보행자 대상 교육을 병행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종차별적 단속에 대한 제도적 응답”
무단횡단 규제 완화는 단순한 교통 정책 변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시의원들에 따르면, 이번 조례는 무단횡단 단속이 공권력에 의한 인종차별로 이어져 왔다는 오랜 비판에 대한 제도적 응답이다.
뉴욕시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단속된 361건 중 90%가 흑인 또는 라틴계 주민이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무단횡단 티켓의 77%가 이들 두 집단에게 발부된 것으로 확인됐다. 백인에게 발부된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이러한 수치는 단속이 특정 인종에 집중돼 왔음을 방증하며, 시의회는 공권력이 형평성을 상실한 채 적용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조례 발의자인 민주당 시의원들은 “더 이상 유색인종에게 불이익을 주는 법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며 “경찰이 무단횡단 단속이 아닌 범죄 예방 등 본연의 임무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일상화된 관행에 제도적 인정… 교육과 안전 대책은 과제
뉴욕시에서는 오랜 기간 무단횡단이 보편화된 행태로 자리 잡고 있었지만, 해당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해 벌금(최대 250달러)까지 부과하는 방식은 시민의 현실과 괴리가 컸다는 지적이 많았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현실화된 보행 문화를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변화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단횡단에 따른 보행자 안전 우려와 혼란, 운전자와 보행자 간 책임 분배 문제, 교육 강화의 실효성 등을 과제로 지적하고 있다.
뉴욕시의 이번 결정은 미국 주요 도시 가운데 무단횡단에 대해 가장 관대한 정책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