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뉴욕시장 선거가 예년과 달리 치열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은 현직 시장 에릭 아담스(Eric Adams)다. 그는 최근 민주당 예비경선 참여를 전격 철회하고, 무소속(Independent) 후보로 11월 본선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오는 시장 선거는 전 뉴욕주지사 앤드루 쿠오모(Andrew Cuomo), 진보 진영의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주 하원의원과 함께 사실상 3파전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에릭 아담스 시장의 독립 출마 결정은 그간 그를 둘러싼 연방 수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는 2024년 말, 터키 정부와 연계된 불법 정치 기부 및 선거 자금 유용 혐의로 연방 검찰의 조사를 받으며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2025년 4월, 연방법원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기소를 기각했고, 아담스는 재기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당내 반발과 이미지 손상을 의식한 그는 민주당 경선에 복귀하는 대신 “정당 프레임에서 벗어난 시민 중심의 리더십”을 강조하며 무소속 출마를 선택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나는 여전히 민주당원이지만, 뉴욕시민 모두를 위한 시장이 되기 위해 정당을 넘어선다”며 정치적 독립성을 선언했다. 특히 아우터보로(브루클린·브롱크스·퀸스) 지역 흑인·히스패닉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기존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독립 후보로서도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아담스 시장의 중도 하차로 민주당 경선의 중심에 선 인물은 앤드루 쿠오모다. 그는 2021년 성희롱 스캔들로 뉴욕주지사직에서 중도 사임한 뒤 정치적 칩거에 들어갔으나, 올해 3월 전격적으로 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경찰력 강화, 노숙자 문제 해결, 조기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중도 및 중상류층 유권자의 표심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과거 스캔들의 그림자는 남아 있어, 여성 유권자층과 진보 진영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에 비해 진보 진영의 조란 맘다니는 퀸스를 기반으로 하는 뉴욕주 하원의원으로, 민주적 사회주의자(DSA)로서 뚜렷한 이념적 정체성을 갖고 선거에 임하고 있다. 그는 경찰 예산 감축, 공공주택 대폭 확대, 대중교통 요금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젊은 세대, 노동자 계층, 다민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지세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발표한 여론조사(5월 20일 기준)에 따르면 쿠오모가 30%, 아담스가 27%, 맘다니가 23%를 기록하며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나머지 15%의 부동층은 본선 막판에 상당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담스 캠프는 여름까지 독립 후보 자격 요건인 서명 3만 명 이상을 확보하고, 지역 밀착형 유세와 소셜미디어 활용을 통해 기존 민주당 기반 유권자를 재결집한다는 전략이다. 쿠오모는 민주당 조직과 노동계, 부동산·상업계 후원을 통해 대대적인 TV 및 옥외 광고를 개시했고, 맘다니는 주민 타운홀 미팅과 SNS 기반의 풀뿌리 캠페인으로 예산 효율성과 메시지 명확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뉴욕시장 선거는 정치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국면을 맞고 있다. 현직 시장이 기소 이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전직 주지사가 정치 복귀를 노리며, 급진 진보가 세 번째 대안으로 부상하는 구도는 뉴욕시 선거 역사에서도 드문 풍경이다. 각 후보는 각기 다른 ‘뉴욕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으며, 유권자들은 그 비전을 선택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11월 5일 선거 결과가 단지 시장 한 명의 운명을 넘어서, 미국 내 도시정치의 방향성과 진보-중도-보수 간 갈등 구조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