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공립고 우수 학생들의 타주 유출 문제, 무엇이 원인인가?

전국 1위 '두뇌 유출' 주(州), 뉴저지의 현실

매년 수만 명에 달하는 뉴저지 공립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대학 진학을 위해 타주로 떠나고 있다. 미국 교육통계센터(NCES)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뉴저지는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 후 ‘순유출’ 규모가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 비율은 30%를 넘는다. 특히 공립고 우수 학생들 중 3분의 1 이상이 주 외부로 진학하는 현상은 단순한 통계를 넘어, 지역사회와 교육 정책 전반에 걸친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가장 최근 조사인 2014~2015년 기준, 정규대학에 진학한 뉴저지 공립고 졸업생 중 약 37%가 타주 대학을 선택했으며, 이 비율은 이후에도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타주 대학 진학자는 주로 매사추세츠, 뉴욕,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등 동북부 인근 주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며, 중부와 남부 지역의 명문 주립대로의 진학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이 단순히 타주로 떠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뉴저지 내 대학이 이들에게 만족스러운 선택지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고등교육의 지역적 고립,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지역 산업과 인재의 분리라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

학생 개개인의 선택이라는 측면도 분명 존재하지만, 이들이 뉴저지를 떠나는 이유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정책적 해법이 없다면, 뉴저지는 계속해서 ‘인재 배출은 하지만 보유는 못하는 주’로 남게 될 것이다.

유출의 원인: 대학 정원, 전공 다양성, 비용 문제, 그리고 브랜드

뉴저지에는 프린스턴 대학교를 필두로, 럿거스(Rutgers University), 뉴저지공과대학교(NJIT), 몬클레어 주립대(Montclair State University) 등 여러 주립 및 사립 고등교육기관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수한 고교 졸업생들이 이들 학교보다는 타주 대학을 선호하는 현상은 단순히 입학 경쟁률의 문제만은 아니다. 크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요인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첫째, 주립대 정원의 제한과 상대적으로 높은 입학 문턱이다. 럿거스 뉴브런즈윅 캠퍼스는 뉴저지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립대 중 하나지만, 그 경쟁률은 매년 높아지고 있으며, 상위권 학생을 중심으로 선발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중상위권 학생들의 진학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학생들이 다른 주의 주립대를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둘째, 전공의 다양성과 특화성 부족이다. 예술, 디자인, 영화, 해양과학, 국제관계 등 특수 분야에 있어 뉴저지 내 대학들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하다. 반면, 인근의 뉴욕, 매사추세츠, 펜실베이니아 주의 대학들은 해당 분야에서 탄탄한 커리큘럼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자랑하며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진로와 직결되는 전공의 특화성은 진학 결정에서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셋째, 경제적 요인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차라리 타주로 보내는 게 더 싸게 먹힌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뉴저지 내 생활비와 등록금이 타주 대비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타주 대학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장학금, 기숙사 혜택, 생활비 지원 등이 실제 총비용을 절감시켜주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등록금 대비 가치’, 즉 가성비를 고려한 선택이 타주 진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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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브랜드 인식과 명문대 진학 트렌드다. 프린스턴을 제외하면 뉴저지 내 대학들은 전국적인 인지도가 약한 편이다. 이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느끼는 상징적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명문 사립대나 타주의 유명 주립대(예: 미시간대, UNC, UVA 등)로의 진학을 선호하는 트렌드는 ‘어디서 공부했느냐’가 학생의 브랜드가 되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는 결국 지역 대학의 매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뉴저지 공립고 우수 학생들의 타주 진학은 개인의 결정이자 사회적 현상이 되고 있다.

귀환율 70%, 그러나 정착은 불투명… 교육생태계의 위기

많은 경우, 타주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다시 뉴저지로 돌아온다. 뉴저지주정부의 학생 데이터시스템(NJSDS)에 따르면, 타주로 대학을 간 학생 중 약 70~78%는 졸업 후 뉴저지로 복귀한다. 가족, 취업, 생활 기반 등의 이유로 뉴저지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간과하기 쉬운 함정이 있다. 귀환한 학생들이 뉴저지에 오래 정착하는가,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자료가 부족하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반쪽 귀환’이라 지적한다. 다시 돌아오더라도 대학에서의 인적 네트워크, 산학 협력 경험, 지역 연계 활동이 타주에서 이루어진 경우, 정작 뉴저지에서의 전문성과 기여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뉴저지로 복귀하지 않는 20~30%의 학생들은 고스란히 다른 지역의 고급 인력으로 전환된다. 이는 뉴저지의 고등교육 투자가 타지역의 생산성으로 이어지는 역설을 낳는다. 고등학교까지의 공교육은 뉴저지 세금으로 운영되지만, 그 산물이 지역에 남지 않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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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은 장기적으로 지역 내 고등교육기관의 경쟁력 저하, 청년 세대의 지역 기반 약화, 산업계의 인재 확보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STEM 전공 졸업생의 유출로 인해 지역 기업들이 전문 인력을 외부에서 영입하거나, 채용 공고를 오래 유지해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책은 어디까지 왔는가: 법안, 연구, 그리고 실천

뉴저지 주의회는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2024년 상정된 S153 법안은 공립고 졸업생들의 타주 유출 실태를 정기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고등교육 정책을 개선하기 위한 기반 마련을 목표로 한다. 이 법안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 뉴저지 고등학생의 타주 유출 실태에 대한 연례 보고서 작성
  • 진학 학생의 전공, 지역, 소득 계층 등 인구학적 특성 분석
  • 주립대 입학 정원 및 장학제도 개선 검토
  • 대학-산업-지역사회 간 협력 확대 방안 도출

교육계는 이 법안이 단순한 조사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실제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대책이 요구된다:

  • 뉴저지 내 대학들의 전공 다양성 확대와 커리큘럼 개편
  • 고교-대학 간 연계 교육 프로그램 확대
  • 주립대 등록금 경감 및 장학금 현실화
  • 대학 캠퍼스 내 지역 기업 인턴십 및 취업 연결 프로그램 구축

또한, 뉴욕주의 CUNY·SUNY 시스템처럼 지역 고등교육을 체계화한 공공 모델에서 배울 점도 많다. 뉴저지도 지역별 캠퍼스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지역 학생들이 “고등학교-대학-취업-정착”으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따를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

‘배출’에서 ‘정착’으로,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뉴저지는 전국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은 주 중 하나이며, 수많은 우수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인재들이 고등학교 이후 타주로 이동하고, 그중 일부는 지역과의 연결고리를 잃은 채 다른 주에서 자리를 잡는 현실은 지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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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공교육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지만, 고등교육으로의 연결성과 지역 정착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통계 수집이나 일회성 장학금 정책이 아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과정 속에서 뉴저지라는 지역이 매력적인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전략적 접근이 절실하다.

이는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 산업생태계, 인구정책, 이민자 유치 전략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과제가 될 것이다. 인재는 머무는 곳에 가치를 만든다. 뉴저지가 그 가치를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금이 바로 그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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