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 2도가 만든 격변 – 북대서양의 ‘뜨거운 거울’

북대서양이 끓고 있다: 수온 상승이 보내는 경고

2025년 여름, 북대서양은 전례 없는 열기를 품고 있었다. 4월 기준으로 북대서양의 해양 표면 온도는 화씨 69.1도(Fahrenheit)에 달하며 관측 사상 4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과거 100년간 10년 단위로 평균 0.1도씩 오르던 바다는, 최근 20년 사이 0.2도 가까이 상승하고 있다. 이제는 해양 표면 온도가 짧은 시간 내 섭씨 2도(화씨 3.6도) 이상 오르는 현상도 드물지 않다. 바다는 더 이상 과거의 바다가 아니다. 이 ‘뜨거운 거울’은 우리 도시와 삶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 메시지는 명확하다. 해수면 온도의 급격한 상승은 대기 불안정, 극단적 기상이변, 도시 인프라의 붕괴로 이어지며 우리 일상을 뒤흔들고 있다.

열돔과 플러딩의 연결고리: 바다가 만든 하늘의 재난

뜨거워진 해수면은 대기로 수증기를 대량 방출한다. 이는 곧 기압계의 불안정을 야기하며, 폭염과 폭우를 동시에 강화시키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대기 중 수증기량이 늘어나고, 이는 강수량의 증가와 함께 열파 현상의 빈도를 높인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뉴욕과 뉴저지 일대는 2025년 6월 말부터 체감온도 화씨 100도에서 110도에 이르는 열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주야간 기온 차는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야간의 열 축적은 냉방 취약 계층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더불어 해수면 온도 상승은 폭우와 플래시 플러딩의 빈도를 높인다. 2025년 7월, 뉴욕 센트럴파크에는 단 한 시간 만에 2인치(약 52mm)에 달하는 기록적인 강우가 쏟아졌다. 이는 도시의 배수 인프라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한 수치였다. 같은 날 뉴저지 유니온카운티에서는 시간당 6인치(약 150mm) 이상의 비가 내려 두 명이 사망했고, 도로와 주택가 곳곳이 침수되며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미국 기상청(NWS)은 이 사건을 ‘극한 강우(top 1% event)’로 분류하며, 향후 이러한 폭우가 더욱 자주 발생할 것이라 경고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뜨거워진 바다는 대기 순환과 해류 지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NOAA와 기후 전문가들은 북대서양의 비정상적인 고수온이 제트기류의 흐름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대기 정체를 유발하고, 폭염과 한파, 국지적 폭우가 동일 지역에서 반복되는 ‘기후 보조개(hydroclimate whiplash)’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북대서양의 고온 상태는 노르이스터(Nor’easter)와 같은 해안 폭풍의 강도도 강화시키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노르이스터의 최강 1% 폭풍은 과거 80년간 6% 강해졌으며, 그 파괴력은 20% 이상 증가했다. 이와 함께 대서양 종횡 해류 순환(AMOC)의 약화 역시 해안 지역의 침수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미국 동부 해안에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 빈도는 2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붕괴되는 도시, 시험대에 오른 대응력

이러한 기후 변화는 뉴욕과 뉴저지의 도시 인프라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기존 지하철 시스템은 물론, 배수 시설과 도로 구조물 등은 설계 당시의 기후 조건을 더 이상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시는 이미 10억 달러 이상을 배수 및 홍수 방지 인프라에 투자했으나, 전문가들은 향후 46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가장 큰 피해는 늘 그렇듯 사회적 취약계층에 집중된다. 냉방이 어려운 노인 가구, 열악한 주택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언어 장벽으로 기상 정보 접근이 어려운 이민자 커뮤니티, 특히 한인 소상공인과 고령층도 예외가 아니다. 2025년 여름, 뉴욕 일대의 열사병 관련 응급 이송 건수는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으며, 일부 병원은 고열로 인한 급성 증상 환자들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제 남은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는 이 거울을 직시하고 있는가?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뉴욕 지하철역의 바닥에서, 뉴저지 교외의 가정집 냉방기 앞에서, 해수면 위의 미묘한 온도 변화로부터 현실이 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예측한다. 북대서양의 고온 국면은 최소 2035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허리케인, 노르이스터, 집중호우는 더욱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할 것이다.

도시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배수 인프라를 다시 설계하고, 고지대 재배치를 고려하며, 기상 예측 시스템을 정교화해야 한다. 각 가정은 냉방 및 재난 대응 계획을 점검하고, 정부는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 ‘긴급’과 ‘예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수온 2도(화씨 3.6도). 작아 보일지 모르지만, 그 변화가 우리의 도시를 바꾸고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어떻게 응답하느냐에 따라, 다음 20년의 여름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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