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통령선거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1면에 실은 워싱턴중앙일보의 보도가 논란을 빚고 있다. 해당 기사는 논란이 확산되자 곧 삭제됐지만, 중앙일보 본사는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한 보도”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보도 실수 이상의 문제로, 일부 해외 한인 언론들의 저널리즘 자질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6·3 부정선거 확실”… 워싱턴 현지에서 열린 기자회견 전면 보도

사건은 지난 6월 26일, 국제선거감시단(IEIG)이 워싱턴DC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으로부터 시작됐다. 해당 단체는 “6·3 대선에서 광범위한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사전투표와 전자개표 시스템의 문제, 외국 세력의 개입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전 새누리당 의원 민경욱 씨가 직접 참석하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온라인으로 참여한 이 회견은 국내 일부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튿날 워싱턴중앙일보는 이 내용을 1면에 싣고 “미국 내에서도 한국 대선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기사에 등장한 주장들은 대부분 사실로 입증되지 않은 음모론에 가까웠으며, 한국 선거관리위원회와 관련 기관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중앙일보 “브랜드 오용, 독자 혼란… 법적 조치 검토 중”
보도가 나간 직후 중앙일보 본사는 워싱턴중앙일보에 즉각 기사를 삭제할 것을 요청했고, 이틀 만에 삭제 조치가 이뤄졌다. 중앙일보는 “워싱턴중앙일보는 가맹 계약을 맺은 독립매체로, 본사나 미주중앙일보와는 편집권이 완전히 분리돼 있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안은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에 중대한 타격을 줬다”며 “포괄적 법적 대응을 포함한 재발 방지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보도는 국내 커뮤니티에 빠르게 퍼졌고, 중앙일보나 미주중앙일보가 같은 입장이라는 오해가 이어졌다. 수천 개의 댓글 대부분은 “부정선거가 사실임이 드러났다”는 내용으로, 여론 왜곡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반복되는 논란… 해외 한인 언론의 책임은?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해외 한인 언론이 종종 특정 정치적 입장이나 자극적인 내용을 검증 없이 인용하거나, 독립 매체라는 이유로 본사의 신뢰를 오용하는 일이 반복되어 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현지 한인 언론이 저널리즘 윤리를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부정선거 보도’처럼 검증되지 않은 극우 단체의 주장을 사실처럼 보도하면, 정보 접근이 제한된 재외동포 사회에서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한인 언론일수록 더 높은 수준의 윤리 기준과 보도 책임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자정 노력 없이 반복된다면 신뢰는 더 무너질 것
중앙일보는 현재 가맹 계약에 따른 책임 소재를 따지는 한편,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한 계약 조항 검토에도 착수한 상태다. 그러나 언론계에서는 단순히 삭제로 마무리할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한 미디어 전문가는 “브랜드만 빌려 쓰고, 정작 윤리 기준이나 사실 확인 시스템은 부실한 채 운영되는 일부 해외 언론 구조를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며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되, 그에 따르는 책임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IEIG와 같은 단체가 내세우는 주장은 대다수 선거 전문가와 국제기구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주관적 주장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를 언론이 여과 없이 확대 재생산하면, 결국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오보’로 넘어갈 수 없는 무게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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