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 인사이트] 뉴욕 파이낸셜 디스트릭트(FiDi), 금융의 심장에서 주거지로

신 젠트리피케이션과 커뮤니티 중심의 도시의 고도화

맨해튼의 최남단, 허드슨강과 이스트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뉴욕 파이낸셜 디스트릭트(Financial District, 이하 FiDi)는 오랜 시간 동안 세계 금융의 심장으로 기능해 왔다. 뉴욕증권거래소, 연방준비은행, 골드만삭스 본사 등이 밀집해 있는 이 지역은 한때 출퇴근 시간에만 활기를 띠는 ‘낮의 도시’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그 이미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코로나19 팬데믹은 FiDi의 도시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었다. 재택근무의 장기화와 상업용 부동산 수요 감소는 오피스 빌딩 공실률을 높였고, 그 결과 대형 사무실이 주거용 아파트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전환 사례인 ’25 워터 스트리트’는 총 1,300세대 규모로, 미국 내 오피스-레지던셜 전환 사례 중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외에도 원 월스트리트(One Wall Street), 펄 하우스(Pearl House) 등 다수의 상업용 건물이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지역 전체에 거주 인프라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4년 현재, FiDi에 새롭게 공급된 주택은 약 8,000세대에 달하며, 이 중 63%가 기존 사무실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인구 증가로도 나타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FiDi 인구는 약 2만 명에 불과했지만, 2020년 인구조사 기준으로는 약 36,000명, 2024년 현재는 약 70,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불과 20여 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뉴욕시 내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매우 빠른 성장이다. 특히 젊은 전문직 종사자와 고소득층, 자녀를 둔 가족 단위 입주가 두드러지며, 이로 인해 지역 내 교육시설, 공원, 슈퍼마켓 등 생활 인프라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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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도 이와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 Zumper와 RentCafe 등의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현재 FiDi의 평균 임대료는 약 4,462달러로, 맨해튼 평균 임대료인 5,034달러에 비해 다소 낮거나 근접한 수준이다. 스튜디오형 아파트는 약 3,773달러, 4베드룸의 경우 8,500달러에 달한다. 평균적인 매매 가격은 약 118만 달러로 나타났으며, 중위 재산세는 24,000달러를 넘는다. FiDi는 뉴욕 내에서도 매매 가격과 세금이 높은 지역에 속하지만, 고소득층 거주자들이 많아 실질적인 렌트 부담률은 약 38%로, 맨해튼 평균(45%)이나 뉴욕시 평균(51%)보다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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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 지역의 중위 가구소득은 179,572달러에서 206,490달러 사이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맨해튼 평균인 약 104,910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증권 및 투자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평균 연봉은 약 348,000달러 이상이며, 신용 및 금융 서비스 종사자는 349,000달러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고소득 산업 종사자들이 밀집해 있다는 점에서 FiDi는 고급 주거지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된다. 또한 GINI 지수(소득 불평등 지수)는 0.461로, 전국 평균(0.478)보다 낮은 수치를 보여 소득 분포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FiDi는 ‘살기 좋은 도심’으로의 전환을 위해 다양한 커뮤니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Whole Foods와 같은 대형 슈퍼마켓, 휘트니 뮤지엄의 팝업 전시, 아동 대상 문화 및 체육 프로그램 등이 대거 유입되었다. 특히 배터리 파크와 퍼얼 스트리트,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 등 기존의 역사적, 문화적 공간들이 재정비되며 가족 단위 방문객과 주민들의 이용이 크게 늘었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의 보행자 중심 환경과 잘 어우러지며, 차량 소유 비율이 거의 0에 가까운 ‘걷는 도시’의 모델을 실현하고 있다. 실제로 지역 주민의 약 40%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22%는 도보, 26%는 재택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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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완벽한 도심은 없다. FiDi는 여전히 범죄율 문제를 안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폭력범죄 발생률은 전국 평균보다 120% 이상 높고, 재산범죄는 217% 이상 많다. 2018년 기준 살인 1건, 성범죄 23건, 절도 1,085건, 비치명적 공격 24건 등이 보고되었으며, HomeSnacks 분석에 따르면 범죄율은 인구 10만 명당 4,944건(폭력 706건, 재산범죄 4,238건)으로 전국 평균 대비 2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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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 건수는 장기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 대비 범죄 발생 건수는 약 86% 줄었으며, 살인의 사회적 비용도 인당 115달러 수준으로 전국 평균(126달러), 맨해튼 평균(159달러)보다 낮다. 이는 지역의 인구 밀도 증가, CCTV 확대, 경찰 인력 확충, 지역 감시 프로그램 도입 등의 노력에 따른 성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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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FiDi는 단순한 ‘오피스 타운’이 아니라, 삶과 일이 공존하는 복합적 도시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과거 9.11 테러의 상흔이 남아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그 재건과 변모는 단순한 도시 재개발의 의미를 넘어선다. 세계무역센터 부지와 9.11 메모리얼 파크, 프리덤 타워 등은 FiDi의 정체성과 뉴욕 시민들의 집단기억을 상징하며, 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새로운 커뮤니티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뉴욕의 미래상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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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FiDi는 여전히 변화의 중간 지점에 있다. 상업 중심지라는 과거의 정체성과, 주거지로서의 현재, 그리고 미래 스마트시티로의 가능성이 뒤섞인 이 공간은 대도시 발전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임대료와 생활비는 여전히 높지만, 고소득 기반의 거주층, 강화되는 생활 인프라, 개선되는 치안 환경, 도시계획적 실험이 혼재하며 새로운 유형의 ‘살아 있는 도시’로 진화 중이다. 뉴욕의 또 다른 100년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공간, 그것이 바로 오늘날 FiDi가 가진 진정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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