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두절 사태, 예고된 위기의 현실화
지난 4월 28일, 뉴저지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 상공은 갑작스러운 침묵에 휩싸였다. 불과 90초간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항공 안전에서는 그 시간이 영겁과도 같았다. 레이더와 무선 교신이 동시에 두절되면서 수십 편의 항공기가 관제 지시를 받지 못한 채 공역을 비행해야 했던 것이다. 관제사들은 필사적으로 수동 절차를 가동해 충돌을 막았지만, 승객들은 불안 속에 비행기를 타야 했고 항공사들은 지연과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불과 며칠 뒤인 5월 초에도 추가적인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일부 항공편은 관제와 교신이 끊긴 채 공역을 통과해야 했고, 조종사와 승객들은 다시 한번 긴장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이 사건들은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니었다. 항공업계 전문가들과 노동조합은 즉각적으로 그 원인을 2024년 FAA의 뉴어크 공항 관제권 재배치에서 찾았다.
이전해 온 필라델피아 TRACON은 뉴어크 공항의 특수한 운항 환경과 높은 운항량에 적응하기에 준비가 충분치 않았고, 통신망의 중복성 부족이 드러났다. FAA가 추진한 관제권 이전이 결국 안전망의 허점을 드러내며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커졌다.
효율성을 내세운 정책, 안전을 위협하다
FAA는 뉴어크 공항 관제권 재배치를 추진하면서 분명한 명분을 내세웠다. 뉴욕 N90 TRACON은 존 F. 케네디, 라과디아, 뉴어크라는 미국 동부 3대 허브 공항을 동시에 관리하며, 수년간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왔다. FAA는 이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뉴어크 공항만큼은 필라델피아 TRACON이 전담하도록 조정했다. 관제사 17명이 이동하며 새로운 체계가 마련되었고, FAA는 운항 효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업계와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뉴어크 공항은 좁은 활주로, 복잡하게 얽힌 항공로, 높은 운항 밀도가 겹쳐 세계에서도 손꼽히게 까다로운 관제 환경을 가진 공항이다. 숙련된 관제사들조차 긴장을 늦추기 어려운 공역을, 새로운 체계가 무리 없이 감당할 수 있을지는 처음부터 의문이었다.

실제로 이전 직후 드러난 것은 준비 부족이었다. 필라델피아 TRACON은 뉴어크 공항의 특수성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 채 통신망의 불안정성을 드러냈다. 특히 통신망 중복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교신 두절 사태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FAA가 눈앞의 인력난 해결에만 급급해 장기적인 안전성을 희생했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당시 뉴욕권은 이미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캐나다 산불로 인한 대기질 악화와 기록적인 폭염으로 항공 운항이 잦은 지연과 취소에 시달리던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통신 두절 사태는 승객들의 불안을 증폭시키며, 미국 항공 교통 시스템의 신뢰를 흔드는 결과를 낳았다.
감사관실 조사 착수와 FAA의 대응
잇따른 사건의 충격은 결국 미국 교통부 감사관실의 문을 두드리게 했다. 2025년 7월 28일, 감사관실은 FAA의 뉴어크 관제권 재배치 결정과 그 후속 운영에 대해 공식적으로 조사를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의 초점은 세 가지다. 첫째, FAA가 관제권 이전을 추진할 당시 충분한 리스크 평가와 안전 검증 절차를 거쳤는지. 둘째, 필라델피아 TRACON으로 이전한 이후 통신망과 시스템의 중복성이 적절히 확보되었는지. 셋째, 새로 배치된 관제사들의 교육과 훈련, 숙련도가 충분했는지다.
FAA는 곧바로 대응책을 제시했다. 뉴욕과 필라델피아를 잇는 광섬유 통신망을 구축해 신호 안정성을 높이고, 통신 두절 상황에서도 즉각 전환할 수 있는 비상 백업 시스템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표준 터미널 자동 레이더 시스템(STARS) 허브를 설치해 관제 안정성을 높이고, 관제사 인력을 충원해 교대 근무 체계를 안정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정치권도 사태를 좌시하지 않았다. 션 더피 교통부 장관은 “이전 행정부의 준비 부족이 사태를 불러왔다”며 철저한 책임 규명을 요구했고, 의회의 일부 의원들은 FAA 정책 결정 과정을 낱낱이 검증하기 위해 청문회 소집을 추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를 계기로 FAA의 정책 전반이 재검토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술적 장애를 넘어 FAA 정책 결정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효율성을 내세운 조치가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며, 국민과 업계의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다. 향후 감사관실의 조사 결과는 미국 항공 안전 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FAA가 제시한 보완책이 실제로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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