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의 중심, 타임스퀘어의 라이릭 극장(Lyric Theatre)에서 상연 중인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Harry Potter and the Cursed Child)*는 마법을 무대로 옮겨온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많은 이들이 “이 연극을 본 순간, 나는 마법을 믿게 되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이 공연은 연극의 한계를 완전히 넘어서며 관객을 몰입의 심연으로 이끈다.
어른이 된 해리, 새로운 세대의 갈등
이야기의 시작은 익숙하다. 해리 포터가 어른이 되었고, 그의 아들 알버스가 호그와트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아버지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는 알버스는 친구 스코피우스 말포이와 함께 과거를 바꾸려는 모험에 뛰어들며, 마법 세계는 다시 위기를 맞는다. 스토리 전개는 원작 팬이라면 더욱 친숙하게 느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관객도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을 만큼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마법은 스토리에 있지 않다. 진정한 놀라움은 연극이라는 형식을 통해 구현된 기술적 연출과 무대 장치, 그리고 관객의 상상을 뛰어넘는 시각적 마법에 있다.
“어떻게 저걸 연극으로 해냈지?”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다
브로드웨이에서 수많은 연극과 뮤지컬을 봐온 관객이라도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다. 등장인물들이 벽을 뚫고 사라지고, 무대 위에서 시간이 되감기며, 디멘터가 객석 위를 떠다니는 장면까지—공연 내내 관객석에서는 감탄과 경이의 속삭임이 멈추지 않는다.

시간 이동 장면은 대표적인 연출 하이라이트다. 알버스와 스코피우스가 ‘시간 전환기(Time-Turner)’를 사용할 때, 무대 전체가 회오리치는 듯한 조명과 소리, 그리고 무대 세트의 변환으로 ‘시간이 왜곡되는 시공간의 경험’을 극적으로 표현해낸다. 스포일러를 최소화하자면, 관객은 마치 IMAX 화면에서 특수 효과를 체험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디멘터가 객석 위를 떠다니는 순간
이 연극의 압도적인 장면 중 하나는 디멘터가 등장하는 시퀀스다. 배우들이 무대를 떠나 관객석 위로 직접 뛰어들어 공중을 부유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며, 이 효과는 시각적 충격을 넘어 ‘공포’에 가까운 몰입을 선사한다. 마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장면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이 순간은, 연극의 기술적 가능성을 완전히 재정의한다.
지팡이 싸움도 예술이 될 수 있다
연극 속 마법사들의 지팡이 대결은 단순한 연기 이상의 퍼포먼스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지팡이 액션은 안무와 무술, 조명과 음향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실제 마법이 오고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배우들이 몸을 날리고, 번개 같은 효과음이 튀어나오며, 무대 전체가 한 순간에 뒤집히는 이 장면은, 연극이 과연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순간이다.

무대 자체가 ‘마법 도구’가 되다
무대 디자인은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공연 내내 무대는 끊임없이 변주된다. 단 한 순간도 같은 장면이 반복되지 않고, 세트는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움직이며 배우들과 호흡한다. 특히 책장이 갑자기 벽을 뚫고 열리거나, 캐릭터가 바닥 속으로 순간이동하는 장면 등은 CGI 없이 이뤄졌다고 믿기 힘들 정도다.
무대 조명은 스토리의 정서적 흐름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밝고 따뜻한 장면에서는 호그와트의 추억이 떠오르고, 어두운 장면에서는 빛조차도 서사로 변한다. 이러한 연출은 단순한 조명이 아닌, 마법 그 자체처럼 작용한다.

이 공연은 전통적인 브로드웨이 연극의 개념을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관객은 단지 스토리를 따라가는 존재가 아닌, 마법 속으로 함께 들어가는 공동체로 받아들여진다. 사운드 디자인, 프로젝션, 조명, 배우들의 동선까지—모든 요소가 정교하게 짜인 퍼즐처럼 움직이며, 완벽한 마법의 밤을 만들어낸다.

이는 단순히 “해리 포터 팬”만을 위한 작품이 아니다. 무대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 현대 공연 기술의 최정점을 경험하고 싶은 관객, 아이와 함께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은 가족 모두에게 강력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공연정보]
- 공연장소: Lyric Theatre (214 W 43rd St, New York, NY)
- 런타임: 약 2시간 40분 (인터미션 포함)
- 티켓 가격: $69~$199 (시즌 및 좌석에 따라 상이)
- 관람 연령: 만 10세 이상 권장
- 공식 웹사이트: harrypottertheplay.com
마법은 끝나지 않았다.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는 단순한 후속작이 아닌, 무대 예술이 만들어낼 수 있는 마법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브로드웨이에서 마법을 보고 싶다면, 지금 이 공연은 절대 놓쳐선 안 될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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