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인도와 팔레스타인, 종교와 역사로얽힌 갈등의 뿌리]

분쟁의 역사적, 정치적 분석

2020년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 국제 사회는 중동의 전통적 갈등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넘어, 남아시아 국가인 인도와 팔레스타인 간의 긴장 고조에도 주목하고 있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외교와 아랍 세계와의 협력에 우호적인 자세를 보여왔지만, 최근 몇 년간 이스라엘과의 안보·기술 협력을 강화하면서 팔레스타인과의 관계는 소원해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인도 국내의 종교적 민족주의가 강화되면서, 팔레스타인을 향한 인식과 정책도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종교, 식민주의, 냉전, 그리고 새로운 지정학적 계산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역사적 배경: 비동맹과 민족 독립의 공감

인도와 팔레스타인의 역사적 유대는 20세기 중반 식민주의 반대와 민족 독립이라는 공통된 경험 속에서 형성되었다. 인도는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으며, 팔레스타인 역시 오스만 제국 해체 이후 영국의 위임통치를 받던 중,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인해 실질적인 분단과 유린을 경험하게 된다.

인도는 비동맹운동(Non-Aligned Movement)의 선도 국가로서, 냉전 구도 속에서 서방 및 소련 블록과 거리를 두며 아랍 세계와의 연대를 강화했다. 자와할랄 네루와 같은 인도 초대 지도자들은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하며, 유엔에서도 비교적 일관되게 팔레스타인 자결권을 지지해왔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특히 냉전 붕괴와 함께 세계 정치 질서가 재편되면서 인도의 외교 정책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종교와 정치: 힌두 민족주의의 부상

21세기 들어 인도에서는 힌두 민족주의(Hindutva)를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 특히 인도국민당(BJP)이 집권하면서 종교적 보수주의가 공공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는 인도 내 무슬림 소수자에 대한 차별 문제를 유발했을 뿐만 아니라, 이슬람권 전반과의 외교적 긴장도 초래하게 되었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인도 국내 무슬림 커뮤니티에게 중요한 국제적 상징이며, 인도 내 반정부 시위나 이슬람 공동체의 연대 행동에서도 종종 팔레스타인 문제가 거론된다. 그러나 BJP 정권은 이스라엘과의 전략적 동맹을 강조하며, 방산·사이버 보안·농업 기술 등의 분야에서 이스라엘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외교의 실용주의적 측면으로 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인도의 전통적인 중동 정책의 균형이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이슬람권 국가들과의 균형 외교가 약화되면서, 인도 내 무슬림과 중동 무슬림 세계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갈등의 불씨: 정치적 제스처의 외교적 파장

최근 인도 내 여러 지역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이에 대해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억제하거나 비판적인 발언을 한 사례는 긴장을 더욱 악화시켰다. 동시에, 인도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대해 침묵하거나 우호적 제스처를 보낸 것도 팔레스타인 및 아랍 국가들에게는 냉소적으로 받아들여졌다.

2023년 이후 가자지구에서 재점화된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에 대해, 인도는 “테러는 용납할 수 없다”는 논조로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주는 입장을 보였고, 이는 아랍 언론과 팔레스타인 당국의 비판을 초래했다. 그 결과 인도와 팔레스타인 간의 전통적인 외교적 유대는 급속히 약화되었으며, 인도 국내 이슬람 커뮤니티의 소외감도 심화되었다.

2024년 말,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에서 발생한 친팔레스타인 시위 도중, 이스라엘 대사관에 대한 방화 시도와 관련한 폭력 사태가 일어나면서 상황은 더 긴박해졌다. 이에 인도 정부는 강경 진압에 나섰고, 팔레스타인 측 일부 단체는 이를 “이슬람권 전체에 대한 도발”이라며 비난했다. 이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하마스 계열 일부 세력이 인도령 잠무-카슈미르를 향해 위협 발언을 내놓았고, 인도 내 군사 기지 주변에서는 보안 경계가 한층 강화되었다.

군사적 충돌 수준의 직접적인 교전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인도와 팔레스타인 간 외교 갈등이 실제 군사·안보 위협의 수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냈다. 또한, 이는 인도가 직면한 내부 안보와 외교 전략 사이의 균형 문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결국 복잡한 지정학의 교차점에서

인도와 팔레스타인의 관계는 단순한 양자 관계를 넘어, 세계 지정학에서 종교, 민족, 식민주의 유산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갈등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인도는 여전히 다원주의를 헌법적 가치로 삼고 있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종교적 편향이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시에 팔레스타인 문제는 국제 인권, 무슬림 공동체, 탈식민 연대의 핵심 이슈로 남아 있다.

앞으로 인도는 자국 내 갈등 완화와 동시에, 중동에서의 중립성과 다자 외교라는 외교 유산을 회복해야 할 과제에 직면해 있다. 과거의 도덕적 지지를 넘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재정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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