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틱 시티(Atlantic City)는 미국 동부 해안, 뉴저지 남부의 아틀랜틱 카운티에 위치한 도시로, 한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미국 대중문화와 여가, 그리고 도박 산업의 상징적 무대가 되어 왔다. 도시의 기원은 18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에그 하버 타운십과 갤러웨이 타운십 일부를 합쳐 새로운 휴양 도시로 탄생한 애틀랜틱 시티는 같은 해 7월 1일, 캠던에서부터 이어지는 철도 노선이 개통되면서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었다. 이는 곧 대도시에서 온 여름 피서객들을 대거 끌어들이는 토대가 되었다.

1870년에는 전 세계 최초의 목조 산책로인 보드워크(Boardwalk)가 건설되었다. 해안 침식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산책로는 곧 관광 명소로 자리 잡으며 애틀랜틱 시티의 상징이 되었다. 20세기 초반, 보드워크와 해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유흥 문화는 애틀랜틱 시티를 ‘미국 중산층을 위한 휴양 도시’로 성장시켰다. 당시 사진 속에는 바닷가 파라솔, 산책을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 화려한 호텔과 극장들이 들어서며 새로운 관광 문화를 열어가던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다.
그러나 애틀랜틱 시티가 본격적으로 미국의 대중문화 속에 자리 잡은 것은 1976년 뉴저지에서 카지노가 합법화되면서부터였다. 이듬해, 첫 카지노 리조트인 리조트(Resorts Casino Hotel)가 문을 열며 애틀랜틱 시티는 단숨에 ‘동부의 라스베이거스’로 불리게 된다. 1980~1990년대는 전성기였다. 보그타(Borgata), 시저스(Caesars), 트로피카나(Tropicana) 등 거대 리조트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관광객 수백만 명이 몰려들었고, 도시 경제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 화려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 라스베이거스뿐 아니라 커네티컷, 펜실베이니아, 뉴욕 등 인근 주에서도 카지노가 허용되면서 애틀랜틱 시티의 독점적 지위는 빠르게 약화됐다. 특히 2012년 개장한 초대형 리조트 리벨(Revel)은 단 두 해 만에 파산하며, 도시 쇠락의 상징이 되었다. 카지노 수익의 급격한 감소는 지역 고용과 세수에도 직격탄이 되었고, 한때 ‘카지노의 메카’라 불리던 애틀랜틱 시티는 위기를 맞이했다.
카지노 산업과 도박 수익의 현재
위기를 겪은 애틀랜틱 시티는 최근 몇 년간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특히 온라인 카지노와 스포츠 베팅의 합법화가 큰 전환점이 되었다. 2018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주별 스포츠 베팅 허용 여부를 각 주에 맡기면서, 뉴저지는 발 빠르게 제도를 도입했고 애틀랜틱 시티는 다시금 도박 산업의 중심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25년 현재, 뉴저지 도박 산업은 눈에 띄는 성장을 기록 중이다. 5월에는 총 수익이 6억 1,47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오프라인 카지노 매출이 2억 6,530만 달러(전년 대비 +10.9%), 인터넷 게임 수익이 2억 4,680만 달러(전년 대비 +28.5%)로 온라인 부문이 새로운 성장 엔진임을 입증했다. 스포츠 베팅 역시 10억 달러 이상의 거래액과 1억 250만 달러의 수익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6월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총 수익은 5억 8,16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8.4% 증가했으며, 인터넷 게임은 23.5%, 스포츠 베팅은 무려 52.9% 성장했다. 올해 들어 6개월간 누적 수익은 33억 달러를 돌파하며, 애틀랜틱 시티가 다시 도박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Resorts Digital과 같은 온라인 전문 계열사들의 성장이다. 이들의 온라인 게임 수익은 오프라인 실적을 크게 앞지르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 카지노 리조트와는 다른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보그타와 하드록 등 대형 리조트들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략을 통해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크다. 2024년 기준 애틀랜틱 시티 카지노 업계는 총 3억 3,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세금 및 수수료로 주정부에 8억 8,320만 달러를 기여했다. 이는 전년 대비 11% 증가한 수치로, 뉴저지 주 재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 재생과 개발 호재
애틀랜틱 시티의 부활을 위해서는 단순히 도박 산업의 성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에 따라 도시 전역에서는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해변 복원 및 방벽 구축 사업이다.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로 인한 해안 침식은 도시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미 육군 공병대가 주도하는 해변 보강 프로젝트는 1,200만 입방야드의 모래를 투입해 해변을 복원하고, 방벽 건설로 재해에 대비하고 있다. 이는 관광 자원을 지키는 동시에 도시 회복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또한 오션 카지노 리조트(Ocean Casino Resort)는 2025년 한 해에만 5천만 달러의 시설 업그레이드를 단행하며, 카지노와 호텔 인프라를 최신화하고 있다. 쇼보트(Showboat) 엔터테인먼트 센터 확장에는 뉴저지 경제개발청이 420만 달러를 지원했고, 이는 가족 단위 관광객 유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통과 인프라 정비도 활발하다. 애틀랜틱 애비뉴 주요 도로의 재포장 공사가 진행 중이고, 국제공항 인근 400에이커 부지에는 3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산업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 단지는 물류, 제조, 첨단 산업을 유치하며 지역 경제 다각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주거 부문에서도 카스피안 포인트(Caspian Point) 아파트 단지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방치된 부지에 180가구 규모의 시장형 아파트가 들어서며, 30년간의 세제 혜택을 바탕으로 지역 인구 유입을 촉진할 계획이다. 카지노 중심의 단일 산업 구조를 보완하고, 도시 재생을 이끄는 중요한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미래의 도전과 과제
애틀랜틱 시티의 현재와 미래가 마냥 밝지만은 않다. 여전히 많은 도전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는 경쟁의 심화다. 뉴욕주는 다운스테이트 지역에 대규모 카지노 허가를 검토 중이며, 이는 애틀랜틱 시티 매출의 20~30%를 잠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저지 내에서도 메도랜즈(Meadowlands) 지역에 신규 카지노 건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애틀랜틱 시티의 독점적 지위는 더욱 흔들릴 수 있다.

둘째는 도박 중독 문제다. 온라인 스포츠 베팅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도박 중독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2024년 뉴저지에서만 92억 달러 이상의 베팅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중독 문제로 인한 상담 전화와 치료 수요가 증가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참여율이 높아 사회적 파장이 크다.
셋째는 도시의 이미지 쇄신이다. 한때 화려했던 도시가 파산과 범죄, 실업률 증가로 어두운 이미지를 얻게 된 만큼, 이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카지노 산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해변 휴양, 공연, 쇼핑, 가족형 엔터테인먼트를 아우르는 다각화 전략이 필요하다.
넷째는 기후 변화 대응이다. 애틀랜틱 시티는 해수면 상승과 허리케인 피해 가능성에 늘 노출되어 있다. 고밀도의 인프라와 관광객 의존 구조는 기후 리스크에 특히 취약하다. 따라서 장기적인 도시 계획은 환경적 회복력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다시 부활할 애틀란틱 시티를 기다리며…
애틀랜틱 시티는 미국 도시사에서 흥망성쇠의 전형을 보여준 공간이다. 철도 개통과 보드워크 건설로 시작해 중산층 휴양지로 번영했고, 카지노 합법화로 전성기를 맞이했으며, 경쟁 심화와 부진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온라인 카지노와 스포츠 베팅의 성장, 그리고 다양한 도시 개발 프로젝트는 다시금 부활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지금의 애틀랜틱 시티는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지속 가능성의 모델을 모색하는 과정에 있다. 카지노와 온라인 도박이라는 성장 동력, 해변 복원과 인프라 개선이라는 도시 회복력 강화, 그리고 주거·산업 개발을 통한 경제 다변화가 그 핵심이다.
결국 애틀랜틱 시티의 미래는 ‘도박 도시’라는 단일 이미지를 넘어, 다층적이고 회복력 있는 해안 도시로 변모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과거의 화려함과 현재의 도전을 딛고, 애틀랜틱 시티는 다시 한번 미국 동부의 중심 무대로 자리매김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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