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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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의 미식, 도시의 정점을 맛보다 — Peak with Priceless Restaurant & Bar

맨해튼 서쪽 끝, 허드슨 야즈의 고층 빌딩 사이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시야는 순식간에 도시의 경계를 넘어선다.
그곳, 30 Hudson Yards의 101층에 자리한 Peak with Priceless Restaurant & Bar는 이름 그대로 ‘정점(Peak)’의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유리벽 너머로 펼쳐지는 뉴욕의 스카이라인, 허드슨 강 위로 떨어지는 석양, 그리고 그 모든 풍경을 배경으로 한 한 끼 식사는 단순한 미식이 아니라 도시 자체를 맛보는 행위에 가깝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도시 위의 정점 — 허드슨 야드가 품은 새로운 미식의 상징

Peak는 2020년 개장과 동시에 뉴욕 레스토랑 씬에서 빠르게 주목받았다.
Edge 전망대 바로 위층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은,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가장 완벽한 각도로 감상할 수 있는 식사 공간으로 꼽힌다.
특히 황혼 무렵, 유리창을 따라 쏟아지는 오렌지빛 노을은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감각을 압도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운영은 Tao Group Hospitality가 맡고 있다.
뉴욕의 대표적인 고급 레스토랑 그룹답게, 공간의 기획부터 조명, 좌석 배치까지 세심함이 느껴진다.
Peak는 단지 전망을 보여주는 장소가 아니라, “공간 자체가 메뉴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디자인한다.
101층이라는 극적인 고도는 뉴욕이라는 도시의 에너지를 한눈에 내려다보게 하며,
그 위에서의 식사는 일종의 현대적 의식(ritual)처럼 느껴진다.

기본 위에 세련됨을 더한 ‘모던 아메리칸’

Peak의 메뉴는 기본적으로 Modern American Cuisine, 즉 현대식 아메리칸 스타일이다.
랍스터, 옐로핀 튜나,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 웨규 버거 등 전통적인 재료 위에 세련된 디테일을 더한다.
요리의 구성이 화려하게 실험적이지는 않지만, 정갈하고 완성도 높게 조리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특히 시그니처 메뉴로 꼽히는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는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게 구워져,
메트로폴리탄의 정중함과 허드슨 강가의 소박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푸아그라와 랍스터 같은 고급 재료들은 장식적이지 않고 조화롭게 접시에 담긴다.
플레이팅은 예술적이지만 과하지 않다 — 마치 뉴욕이라는 도시가 가진 절제된 세련미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디저트는 메뉴의 마지막이 아니라 하나의 피날레다.
카라멜 글라세와 다크 초콜릿 무스는 도시의 야경과 함께 완벽히 어울린다.
와인 리스트는 넓고, 소믈리에의 추천 역시 신뢰할 만하다.
Wine Spectator에서 “Best of Award of Excellence”를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망이 곧 분위기 — 뉴욕의 밤을 삼킨 공간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Peak의 가장 큰 미덕은 단연 전망(View)이다.
벽면 전체가 통유리로 구성된 레스토랑은 한쪽으로는 허드슨 강이,
다른 한쪽으로는 맨해튼 미드타운과 센트럴파크 방향의 빛줄기가 쏟아진다.

이곳의 조명은 도시의 불빛을 존중한다.
실내 조도는 어둡지만 은은하게 인체의 윤곽을 드러내며,
대화와 식사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유리창 너머의 야경이 가장 밝게 빛나도록 설계되어 있다.
고급스러움은 요란하지 않고, 절제된 여백 속에서 구현된다.

실내 인테리어는 자연 소재와 금속의 질감을 절묘하게 섞어
‘고층의 자연미’를 추구했다.
뉴욕의 다른 고급 레스토랑이 대체로 장식적인 반면,
Peak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선(line)과 비례감으로 도시적 세련미를 구현한다.
특히 석양에서 야경으로 바뀌는 ‘매직 아워’ 시간대는
이곳을 방문하기 가장 이상적인 순간이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정중함과 온기 사이의 균형

서비스는 뉴욕의 최고급 레스토랑에 걸맞다.
직원들은 지나치게 형식적이지 않으면서도,
손님이 원하는 타이밍을 정확히 포착한다.
테이블을 돌며 와인잔을 채우는 속도나,
코스 간 간격을 조절하는 리듬이 안정적이다.

다만, 일부 리뷰에서 언급된 것처럼 창가 자리와 중앙 자리의 경험 차이는 분명하다.
101층의 풍경을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창가 자리가 곧 ‘요리의 절반’이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예약 시 ‘corner window table’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가격과 기대 — 경험의 가치에 대한 해석

Peak의 식사는 저렴하지 않다.
코스 기준 1인당 평균 150달러 이상,
와인을 포함하면 200달러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일부 이용객은 가격 대비 음식의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평하지만,
Peak의 진짜 가치는 ‘요리 그 자체’보다 경험 전체의 조화에 있다.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식사란 단지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의미 있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Peak는 바로 그 행위의 정점에 있다.
이곳의 식사는 풍경, 조명, 와인, 대화, 그리고 순간의 공기까지
모두 합쳐 하나의 서사가 된다.

도시에 대한 또 하나의 시선

Peak는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현대 뉴욕이 자기를 바라보는 창문이다.
이곳에서는 소비가 곧 문화이고, 미식이 곧 미학이다.
30 Hudson Yards라는 초현대적 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도시의 빛을 한 모금씩 마신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유리벽 너머로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도시가 스스로를 조명하는 장면’ 같다.
센트럴파크의 녹음, 허드슨 강의 반사광,
맨해튼의 불빛이 모두 한 접시의 음식 위로 스며든다.
Peak에서의 저녁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도시와 인간이 서로를 응시하는 하나의 예식처럼 느껴진다.

총평 — 미식의 정점, 도시의 서사

Peak with Priceless Restaurant & Bar는
음식, 공간, 서비스 어느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복합적 경험을 선사한다.
요리만 놓고 보면 놀라운 혁신은 없지만,
모든 요소가 균형 잡힌 ‘성숙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도시의 절정을 바라보며 와인잔을 기울이는 순간,
뉴욕의 복잡한 삶과 빛이 하나의 장면으로 응축된다.
그 장면 속에서 우리는 문득 깨닫게 된다 —
이곳의 이름이 단지 ‘Peak’가 아니라,
Priceless, 즉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유를.

📍 위치: 30 Hudson Yards, 101층 (Edge 전망대 위층)
운영: 점심·저녁 (예약 필수)
💰 가격대: $$$$
🥂 추천: 석양 시간대 창가 좌석, 코스 메뉴 + 와인 페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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