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의 중심부, 9번가와 F 스트리트가 만나는 펜쿼터 거리에는 오래된 은행 건물을 개조한 독특한 레스토랑 하나가 있다. 높은 천장과 석조 기둥, 복원된 유리 돔이 빛을 반사하는 그 공간은 남부의 따뜻한 정취와 도시적 세련미가 교차하는 무대다. 이곳이 바로 Succotash Prime — 미국 남부의 풍미 위에 한국적 감각을 더한 셰프 에드워드 리(Edward Lee)의 대표작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은행 금고를 연상시키는 Vault Room과, 나무 결을 살린 프라이빗 다이닝 공간이 맞이한다. 내부는 과거의 건축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조명과 예술적 디테일로 채워져 있다. 이곳의 분위기는 고급스럽지만 격식에 매이지 않고, 활기와 여유가 동시에 흐른다. ‘Prime’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단순히 스테이크의 등급 때문이 아니라, 남부 요리의 정통성과 대도시 미식 문화의 절정을 결합한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Succotash Prime의 메뉴는 전통적인 남부 요리와 아시아의 조리 감각이 만나 완성된다. 기본 구성은 스테이크와 해산물 중심의 Modern Southern Cuisine, 그러나 소스와 사이드에는 분명한 ‘이질감의 조화’가 존재한다.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스모크드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는 남부식 훈연 과정과 한국식 간장 진저 글레이즈가 어우러진다. 첫 입에는 진한 향과 육즙이 퍼지고, 그 뒤를 매끄럽게 따라오는 단짠의 여운이 있다. 또 다른 인기 요리인 쉬림프 앤 그릿(Shrimp & Grits)은 케이준 버터의 깊은 풍미 위에 청양고추와 김치의 산뜻한 매운맛을 얹어내, 익숙한 듯 낯선 감각을 남긴다.

사이드 메뉴는 이곳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Old Bay 시즈닝으로 풍미를 낸 맥앤치즈, 감칠맛이 돋보이는 콜라드 그린과 컨트리 햄, 그리고 의외의 조합으로 사랑받는 수박과 프라이드 땅콩 샐러드는 셰프의 유머와 센스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브런치 타임에는 프라이드 치킨과 와플, 에그 베네딕트, 프렌치 토스트 등 전통적인 메뉴들이 보다 가벼운 방식으로 재해석되어 등장한다.

에드워드 리 셰프는 켄터키 루이빌에서 한국계 이민자로 자라며 남부 요리의 뿌리 위에 한국적 맛의 기억을 더했다. 그는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 수상자이자, TV 프로그램 <Top Chef>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그의 요리는 ‘정체성의 교차점’이라는 주제를 음식으로 풀어낸다. 김치와 버번, 그릿과 고추장이 같은 식탁 위에 놓일 때, 그것은 단지 퓨전이 아니라 새로운 남부의 언어다. Succotash Prime은 바로 그 언어가 완성된 장소다.

식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음료도 이곳의 강점이다. 버번 베이스 칵테일이 특히 인기가 많으며, 스모키한 향의 위스키와 달콤한 남부식 민트가 어우러진 ‘Southern Smash’는 메뉴의 분위기와 정확히 맞물린다. 와인 리스트는 비교적 짧지만 균형 잡혀 있으며, 음식의 지방감과 향신료를 보완할 수 있도록 선별되어 있다. 해피아워 시간대에는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칵테일과 소규모 플레이트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식당의 인테리어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1911년 건물의 원형을 그대로 살린 천장 몰딩과 벽돌 기둥, 고풍스러운 창틀이 주는 질감은 D.C.의 역사적 공간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예라 할 수 있다. 낮에는 빛이 천장을 따라 부드럽게 번지고, 밤에는 은은한 금빛 조명이 공간 전체를 감싼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미식적 경험이면서 동시에 공간 예술을 감상하는 시간이다.

물론 완벽한 경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손님들은 테이블 간 거리가 좁고 소음이 있어 조용한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또 몇몇 리뷰에서는 음식이 일정하지 않거나 간이 다소 강하다는 평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서비스의 친절함과 전체적인 경험의 완성도를 높게 평가한다. 오픈테이블에서는 4.7점, Yelp에서는 4.1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브런치 시간대의 활기찬 분위기와 저녁의 따뜻한 조명은 많은 재방문 고객을 만들어낸다.

Succotash Prime은 단순히 남부 요리를 세련되게 재현한 식당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성과 정체성, 그리고 다문화의 공존을 맛으로 풀어낸 실험실에 가깝다. 김치와 콘브레드, 버번과 고추장이 한 식탁 위에 놓이는 순간, 이곳은 남부와 동양의 경계가 흐려지는 문화적 현장이 된다.

워싱턴 D.C.에서 식사를 ‘경험’으로 기억하고 싶다면, Succotash Prime은 그 목적지로 손색이 없다. 역사적 공간 속에서 따뜻한 남부의 정취와 세련된 도시의 리듬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 셰프 에드워드 리의 손끝에서 태어난 이 레스토랑은 음식이 단지 맛을 넘어 문화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공간이다.
📍 위치 | 915 F Street NW, Washington, D.C.
⏰ 운영 | 월~금 11:30am–10pm / 토·일 브런치 운영
📊 평균 가격대 | $$–$$$ (브런치 25~35달러, 디너 60달러 이상)
🍷 추천 | Smoked New York Strip, Shrimp & Grits, Southern Smash 칵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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