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의 심장 속 ‘로컬 다이너’의 부활

이스트 러더퍼드(East Rutherford)에 위치한 American Dream Mall은 뉴저지의 자존심이라 불릴 만한 초대형 복합 공간이다. 인도어 스키장(Big SNOW), 워터파크, 놀이공원, 명품 매장과 식음 공간이 집약된 이곳은 주말이면 뉴욕과 뉴저지 전역의 가족 단위 방문객으로 붐빈다. 그 안에서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전통적인 ‘다이너(diner)’의 부활이다.
그 중심에는 Around The Clock Diner(이하 ATC)가 있다.
ATC는 2023년 말 American Dream Mall에 문을 연 비교적 신생 식당이지만, 그 뿌리는 결코 얕지 않다. 오너 패밀리는 50년 이상 뉴저지 전역에서 다이너 업계를 운영해 온 베테랑으로, 이스트러더퍼드 지점은 “쇼핑몰 한복판에서도 로컬 감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실험이기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오픈 이후 ATC는 몰 내 레스토랑 중에서도 단시간에 상위권 인기를 얻으며, ‘몰 속 다이너’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인테리어는 클래식과 모던이 공존한다. 네온사인으로 장식된 간판과 부드러운 크림톤 벽면, 그리고 금속 질감이 살아 있는 테이블은 전형적인 1950년대 뉴저지 다이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단순 복고에 머물지 않고, 오픈 키친과 세련된 조명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다. 무엇보다도 몰 내 위치 특성상 유모차나 쇼핑백을 들고 들어오기에도 여유로운 공간 배치가 인상적이다.

언제나 열려 있는 식탁, “Around The Clock”의 이름값
이름 그대로 “하루 종일, 시계처럼 돌아가는” 다이너를 표방하는 ATC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메뉴 구성으로 주목받는다. 조식, 점심, 저녁의 구분이 모호한 이곳의 메뉴판은 한마디로 ‘뉴저지의 축소판’이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단연 버거와 샌드위치, 그리고 수제 도넛이다.

‘ATC 버거’는 두툼한 소고기 패티와 크리스피 베이컨, 녹인 체다치즈가 완벽히 조화를 이루며, 포션 또한 넉넉하다. 반면 ‘터키 아보카도 샌드위치’는 쇼핑 후 부담 없는 식사로 손색없다. 신선한 아보카도 슬라이스와 칠면조 슬라이스의 밸런스가 좋아 여성 고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디저트를 빼놓을 수 없다. ATC의 자랑은 매일 새벽 직접 구워내는 홈메이드 도넛이다. 설탕을 입힌 클래식 도넛부터 시나몬, 메이플 글레이즈, 초콜릿 크림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그날의 메뉴는 유리 진열대 안에서 큼지막하게 전시된다.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도넛은 그야말로 ‘뉴저지 다이너 문화’의 상징적인 한 장면을 완성한다.
여기에 밀크쉐이크, 루트비어 플로트, 수제 레모네이드 등 음료 메뉴도 풍부하다. 전통적인 다이너의 감성은 유지하면서도, 품질은 프랜차이즈 레벨 이상으로 끌어올린 점이 인상적이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키즈 메뉴도 잘 마련되어 있다. 미니 팬케이크, 치킨 텐더, 프렌치프라이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준비되어 있으며, 종업원들은 어린이를 대하는 태도 역시 친절하다는 평이 많다. 이런 점에서 ATC는 ‘가족 중심 다이너’라는 정체성을 가장 잘 구현한 레스토랑이라 할 만하다.
뉴저지 다이너 문화의 상징성과 재해석
뉴저지는 미국 내에서도 ‘다이너의 주(州)’로 불린다. 20세기 초반 이동식 트레일러 다이너로 시작된 문화는, 빠르고 합리적인 식사 공간이자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식당, 커피 향이 가득한 카운터, 그리고 낯선 이들 간의 짧은 대화. 이 모든 것이 뉴저지식 다이너의 정서다.

ATC는 이런 전통 위에 현대적 감각을 입혔다. 실제로 식당의 로고와 메뉴 디자인, 서버들의 복장은 클래식 다이너를 연상시키지만, 음식의 구성과 조리 방식은 한층 세련되었다. 지방이 적은 고기, 신선한 야채, 글루텐프리 옵션 등을 적극 반영해, 건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도 놓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몰 내 입점’이라는 새로운 시도다. 일반적으로 다이너는 도심 외곽 고속도로 인근에 자리 잡는 경우가 많지만, ATC는 복합몰 중심부에 들어서면서 다이너의 정체성을 재해석했다. 즉, 쇼핑의 연장선에서 만나는 ‘도심형 다이너’인 셈이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로컬 고객뿐 아니라, 뉴욕 관광객·국제 방문객들도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있다. Yelp나 Google 리뷰에서도 “뉴욕 시티에선 보기 드문 정통 다이너 경험”, “아이들과 함께한 브런치에 완벽했다” 등의 후기가 다수 확인된다.

또한 몰이라는 공간이 제공하는 이점도 크다. 쇼핑이나 놀이공원 방문 후, 피로를 풀며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으로 ATC는 제격이다. 몰의 화려한 조명과 대비되는 차분한 내부 분위기는 ‘일상 속 쉼표’의 역할을 해주며, 이것이 ATC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몰 속 다이너, 지역성과 글로벌의 교차점
Around The Clock Diner의 성공은 단순한 맛집 그 이상이다. 이는 뉴저지 로컬 정체성의 재발견이자, 글로벌 소비문화와의 접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뉴저지의 다이너는 본래 이민자들이 세운 ‘작은 미국의 축소판’이었다. 그만큼 다양한 인종과 계층이 어울려 커피 한 잔을 나누는 곳이었다. ATC 역시 그 전통을 이어간다. 매장에서는 스페인어, 한국어, 영어가 뒤섞여 들리고, 메뉴판 곳곳에는 ‘Vegetarian’, ‘Gluten-Free’ 표시가 붙어 있다. 이것은 다이너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다문화 교류의 장이자 현대적 커뮤니티의 상징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merican Dream Mall이라는 공간은 본질적으로 ‘소비의 꿈’을 구현하는 장소다. 그 안에서 ATC는 다소 느리고 따뜻한, 그러나 확실한 ‘로컬의 감성’을 제공한다.
대형 브랜드 레스토랑과 달리, 이곳에서는 점원이 손님을 이름으로 부르고, 아이들이 도넛을 고르며 웃는 장면이 자연스럽다. “Around the Clock”이라는 이름에는, 단지 24시간 영업의 의미뿐 아니라 “언제든 돌아와도 반겨주는 공간”이라는 철학이 담겨 있다.
가격대는 다이너 기준으로는 약간 높은 편이다. 버거·샌드위치류는 15~20달러, 브런치 플레이트는 18~25달러, 도넛은 개당 3~4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몰 내 레스토랑이라는 점, 그리고 넉넉한 양과 서비스 품질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다.

방문 팁을 꼽자면, 주말 점심 전후의 대기 시간을 피하는 것이 좋다. 몰 전체가 붐비는 시간대에는 식당 앞 대기줄이 길어지기도 한다. 오후 3시 이후나 저녁 오픈 직후(5시 무렵)에 방문하면 쾌적한 환경에서 식사할 수 있다.
좌석은 부스 형태가 많아 가족 단위 방문에 적합하며, 조명이 따뜻해 사진 촬영도 잘 나온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몰 속 가장 포토제닉한 다이너”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의 매력
Around The Clock Diner는 단순히 몰 속 레스토랑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곳은 뉴저지식 다이너 문화의 재해석이자, 로컬 감성과 글로벌 소비문화의 공존을 실험하는 무대다. 화려한 쇼핑몰의 한복판에서도 커피 향과 함께 “집 같은 온기”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아메리칸드림 아닐까.
쇼핑 후 출출할 때, 혹은 아이들과 함께 도넛을 나누고 싶을 때, ATC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시계는 계속 돌아가지만, 이곳의 시간만큼은 조금 느리게 흐른다.
그것이 ‘Around The Clock’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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