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펠리세이즈 파크는 한국 음식이 가장 ‘한국답게’ 재현되는 도시 중 하나다. 이곳에서의 한식은 단순한 외식이 아니라, 이민자의 기억과 정체성, 그리고 세대 간 감각의 교차점에 놓인다. 그런 펠팍 한복판에 남산 돈까스라는 이름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신규 식당 오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이름은 하나의 메뉴가 아니라, 한국 근현대 외식사의 특정 시절을 통째로 호출하는 상징어이기 때문이다.
돈까스는 어떻게 ‘한국의 음식’이 되었나

돈까스의 기원은 일본의 돈카츠이지만, 한국에서 돈까스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1960~70년대, 서구식 외식 문화가 막 태동하던 시기, 한국의 ‘경양식집’은 서양 음식에 대한 동경과 현실적 타협이 공존하던 공간이었다. 포크와 나이프, 크림 스프, 브라운 소스는 당시로서는 분명한 근대의 표식이었다.
이 시기 돈까스는 일본식 정갈한 커틀릿이 아니라, 한국식 한 끼 식사로 재구성된다. 고기는 두툼해지고, 접시는 커지며, 소스는 넉넉하게 부어졌다. 밥과 샐러드, 스프가 함께 제공되는 구성은 ‘외식이자 식사’라는 이중적 성격을 완성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경양식 돈까스, 그리고 그 상징적 공간이 서울 남산 일대였다.

남산의 돈까스집들은 관광객과 데이트족, 가족 외식 고객을 동시에 끌어안았다. 이곳에서 돈까스는 단순한 튀김 요리가 아니라, ‘특별한 날의 음식’, 혹은 ‘도시에 나온 날 먹는 음식’으로 기억되었다.
이 기억은 이후 수십 년간 한국인의 미각 속에 깊게 각인되었고, 지금까지도 “돈까스”라는 단어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향수가 따라붙는다.
펠팍에 등장한 남산 돈까스, 그 이름의 무게
펠리세이즈 파크는 뉴저지에서 가장 한식에 엄격한 지역 중 하나다. 이곳의 소비자는 한국 음식의 ‘현대화’보다 ‘본래의 맛’을 더 예민하게 구분한다. 그런 지역에 남산 돈까스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다는 것은, 곧 비교와 검증의 대상이 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이곳의 메뉴 구성은 전형적인 남산식 경양 돈까스를 따른다. 넓은 접시에 담긴 왕돈까스, 브라운 소스를 넉넉히 끼얹은 비주얼, 그리고 함께 제공되는 밥과 샐러드, 스프. 이 기본 골격만으로도 이미 방향성은 분명하다.
이 식당은 일본식 돈카츠나 최근 유행하는 미니멀한 돈까스를 지향하지 않는다. 대신 **‘기억 속 돈까스’**를 정면으로 호출한다.
가격대와 양 역시 펠팍의 현실에 맞게 조정되어 있지만, 기본적인 태도는 유지된다. 돈까스는 여전히 접시를 가득 채우며, 한 끼 식사로서의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이 점에서 이곳은 단순히 이름만 빌려온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장르 자체에 대한 이해를 갖춘 공간으로 보인다.
본점 ‘남산 스타일’에 얼마나 충실한가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이 돈까스는 정말 남산의 돈까스인가?
첫째, 고기의 두께와 식감. 이곳의 돈까스는 얇게 펴서 바삭함만 강조하는 일본식과 다르다. 어느 정도의 두께를 유지해, 씹는 감각과 육즙을 동시에 남긴다. 튀김옷 역시 지나치게 가볍지 않으며, 소스를 받아낼 수 있는 밀도를 갖는다. 이는 전형적인 남산식 접근이다.

둘째, 소스의 성격. 남산 돈까스의 핵심은 소스다. 달콤하면서도 약간의 산미가 있고, 묽지 않으며, 고기 위에 넉넉히 부어 먹는 방식. 펠팍의 남산 돈까스 역시 이 문법을 따른다. 소스는 고기를 ‘찍어 먹는’ 대상이 아니라, 고기와 함께 완성되는 요소로 기능한다.
셋째, 구성의 완결성. 밥, 샐러드, 스프는 단순한 사이드가 아니다. 이 세 가지는 돈까스를 하나의 ‘경양식 세트’로 완성시키는 필수 요소다. 이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곳은 남산 스타일의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
물론 완전히 같은 맛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시대도, 재료도, 고객층도 다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복제가 아니라 태도의 충실성이다. 이 식당은 남산 돈까스를 단순한 메뉴가 아니라, 하나의 역사적 형식으로 이해하고 접근하고 있다.
향수를 파는 음식의 현재적 의미
남산 돈까스가 펠리세이즈 파크에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이 음식이 단순히 ‘맛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돈까스는 한국 이민자 사회에서 기억을 매개하는 음식으로 작동한다.
부모 세대에게는 젊은 시절의 외식 기억을, 자녀 세대에게는 ‘부모의 이야기 속 음식’을 실제 경험으로 연결해준다.

흥미로운 점은, 이 향수가 결코 낡은 것으로 소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재해석되며, 새로운 세대에게는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간다. 펠팍의 남산 돈까스는 바로 이 지점에 서 있다. 과거를 재현하지만, 현재의 공간과 감각 안에서 다시 작동한다.
이 식당은 미식적 실험을 하지는 않는다. 플레이팅을 과감히 바꾸지도 않고, 소스를 해체하지도 않는다. 대신 기억을 배반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보수적인 선택이야말로, 이 음식이 가진 힘이다.

펠리세이즈 파크에서 남산 돈까스를 먹는다는 것은, 서울 남산의 어느 경양식집을 그대로 옮겨온 경험이라기보다, 그 시절 한국 사회가 품었던 외식의 감각을 다시 불러오는 일에 가깝다.
한 접시의 돈까스 위에는 고기와 소스뿐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일상적 층위가 함께 얹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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