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통해 미국을 읽는다는 것- 『Buttermilk Graffiti』

에드워드 리의 『Buttermilk Graffiti』 서평

이 책은 요리책이 아니다. 레시피도, 조리 시간도, 정확한 계량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uttermilk Graffiti』는 미국 음식에 관한 책이며, 동시에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문학적 시도다. 이 책을 쓴 이는 셰프이지만, 이 책에서 그가 수행하는 역할은 요리사가 아니라 기록자이자 관찰자, 그리고 무엇보다 경계에 선 화자다.

[출처: 에드워드리 홈페이지]

『Buttermilk Graffiti』는 음식이라는 매개를 통해 미국 사회의 주변부를 따라 걷는다. 그것은 미식의 중심을 향한 여행이 아니라, 늘 ‘정통’이라는 이름 아래 밀려났던 장소와 사람들을 향한 느린 이동이다. 이 책은 요리의 언어로 쓰였지만, 그 문법은 명백히 에세이와 르포, 그리고 자서전의 결합에 가깝다.

에드워드 리의 자리: 중심도, 외부도 아닌 경계의 화자

에드워드 리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러나 『Buttermilk Graffiti』에서 그의 정체성은 선언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이민자 셰프’로 내세우지 않으며, 한국 음식의 대변자로도 나서지 않는다. 대신 그는 줄곧 “나는 이곳에 완전히 속하지 않는다”는 위치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미묘한 거리감이야말로 이 책의 서술을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조건이다.

그는 뉴욕에서 태어나 미국 전역을 오가며 살아왔다. 남부, 특히 켄터키에서 자신의 요리 세계를 확립했지만, 남부 출신도 아니다. 동시에 미국 사회의 주류에 완전히 편입된 적도 없다. 이 ‘중간자적 위치성’은 그를 특권적인 관찰자로 만든다. 그는 안쪽의 언어를 이해하지만, 그 언어를 맹신하지 않는다. 바깥의 고통을 인지하지만, 그 고통을 낭만화하지도 않는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Buttermilk Graffiti』는 바로 이 윤리적 거리감에서 출발한다. 에드워드 리는 자신이 관찰하는 대상보다 한 발 앞서거나, 위에 서 있지 않다. 그는 이 책에서 줄곧 “나는 이 음식을 평가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 이 자기 검열은 미식 에세이에서는 드문 태도이며, 이 책을 단순한 음식 여행기가 아니라 성찰의 기록으로 만든다.

레시피 없는 요리책: 음식 대신 사람을 기록하다

『Buttermilk Graffiti』에는 요리법이 없다. 대신 등장하는 것은 사람이다. 이 책의 각 장은 하나의 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삶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남부의 흑인 공동체, 중남미 이민자의 길거리 음식 노점, 러스트 벨트의 노동자 식당, 국경 지대의 혼종 음식들. 이 음식들은 미식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지 않지만, 에드워드 리에게는 미국을 구성하는 진짜 텍스트다.

[출처: 에드워드리 홈페이지]

그는 ‘정통성(authenticity)’이라는 개념을 반복해서 의심한다. 정통 음식이란 대체 무엇인가? 누가 그 기준을 정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미식 논쟁을 넘어, 권력의 문제로 확장된다. 어떤 음식은 ‘미국적’으로 승인받고, 어떤 음식은 늘 설명을 요구받는다. 어떤 요리는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가고, 어떤 요리는 길거리에서만 소비된다.

에드워드 리는 이 구분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이 책에서 음식이 계급과 인종, 이주의 역사와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차분하게 드러낸다. 중요한 것은 고발이 아니라, 기록이다. 그는 분노를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충분히 오래 머물며, 듣고, 먹고, 기억한다. 이 태도는 『Buttermilk Graffiti』를 정치적인 책으로 만들되, 선동적인 책으로 만들지 않는다.

Buttermilk와 Graffiti: 제목이 말해주는 이 책의 세계관

이 책의 제목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에세이다. ‘Buttermilk’는 미국 남부 요리의 상징적 재료다. 비스킷, 프라이드 치킨, 컴포트 푸드의 중심에 놓인 이 재료는 흔히 ‘정통 미국 음식’의 이미지와 연결된다. 반면 ‘Graffiti’는 비공식적 기록, 지워질 위험에 처한 흔적을 뜻한다. 도시의 벽에 남겨진 낙서처럼, 누구도 공식적으로 보존하지 않지만 사라지지 않는 목소리다.

『Buttermilk Graffiti』는 이 두 단어를 결합함으로써, 이 책의 방향을 분명히 한다. 이 책이 다루는 것은 ‘정통 미국 음식’이 아니라, 정통이라는 이름 아래 가려진 이야기들이다. 에드워드 리는 미국 음식을 하나의 완성된 내러티브로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서로 충돌하고, 겹쳐지고, 타협하며 살아남은 음식들의 파편을 모은다.

[출처: 에드워드리 홈페이지]

문학적으로 보았을 때, 이 책은 명확한 기승전결을 갖지 않는다. 여행기는 있지만 목적지는 없다. 결론은 있지만 교훈은 없다. 이 느슨한 구조는 의도적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설명될 수 없고, 음식 역시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이 책의 형식을 결정한다.

셰프의 자서전이 아니라, 시민의 기록으로서의 에세이

『Buttermilk Graffiti』는 성공한 셰프의 회고록이 아니다. 에드워드 리는 자신의 레스토랑이나 명성을 거의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이 책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드러낸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문화, 접근할 수 없는 공동체, 여전히 외부인으로 남아 있는 순간들. 이 솔직함은 이 책을 더욱 신뢰하게 만든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이 책에서 에드워드 리는 셰프라기보다 시민에 가깝다. 그는 음식을 통해 사회를 읽고, 자신의 위치를 점검한다. 요리는 그에게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음식에 관심 없는 독자에게도 유효하다. 『Buttermilk Graffiti』는 결국, 어떤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에세이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독자는 더 이상 음식을 단순히 소비하지 않게 된다. 접시 위에 놓인 한 끼가 어디에서 왔고, 누구의 손을 거쳤으며, 어떤 역사 위에 놓여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그것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힘이다.

읽는다는 것은 먹는 방식이 바뀌는 일이다

『Buttermilk Graffiti』는 요리를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보는 법을 바꾼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더 이상 ‘정통’이라는 말에 쉽게 안도하지 않게 된다. 음식의 이면을 묻고,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에드워드 리는 이 책을 통해 말한다. 음[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식은 늘 이동해 왔고, 늘 변해 왔으며, 늘 정치적이었다고. 그리고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음식은 비로소 더 정직해진다고. 『Buttermilk Graffiti』는 그 정직함을 향한 조용하지만 단단한 초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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