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나타난 유리탑, 첫인상부터 압도적이다
서울에 도착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나는 강남과 강북을 오가다 우연히 잠실역 인근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엔 쇼핑을 하러 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눈앞에 나타난 초현대적 유리탑 하나가 시선을 강탈했다. 그것이 바로 롯데월드타워였다.

서울 동남쪽에 우뚝 솟은 이 건물은 지상 123층, 555미터의 높이를 자랑하며,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초고층 빌딩. 하지만 이 숫자들보다 더 인상적인 건, 이 거대한 구조물이 어떻게 도시와 융화되고 있는가였다.

뉴욕에서 마천루는 흔하다. 하지만 이 타워는 군더더기 없이 곡선으로 뻗은 유리 외벽이 마치 자연과 이어진 듯 유려했고, 그 자체로 하나의 수직 조각품처럼 느껴졌다. 나는 건물 앞에서 고개를 젖힌 채 한참을 바라봤다. 그것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현대 서울의 상징이자 야망처럼 보였다.

입구에 들어서며 알게 됐다. 이 타워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호텔, 쇼핑몰, 전망대, 영화관, 레지던스, 오피스까지 모두 들어 있는 도시 자체였다. 뉴욕의 허드슨야드와 비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정도의 통합성과 세련미는 그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도시 전체를 올려다보다: 서울스카이의 경이
타워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117층부터 시작되는 서울스카이 전망대였다. 티켓을 사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순간, 빛의 터널을 가르며 불과 60초도 되지 않아 500미터 상공에 도달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내 시야 전체가 도시로 채워졌다. 360도로 펼쳐지는 서울의 파노라마는 단순한 ‘뷰’가 아니었다. 마치 현실과 디지털이 교차하는 공간에 발을 들인 듯한 느낌. 동쪽으로는 롯데월드와 석촌호수가 내려다보이고, 멀리 남산과 서울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줄지어 있었다.
내가 한동안 서 있던 곳은 스카이데크라는 투명 유리 바닥 위. 기네스북에도 오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유리 전망대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500미터 아래로 차량이 개미처럼 기어가고, 사람들은 점처럼 보였다. 나는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뉴욕에서 나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여러 번 올라봤다. 하지만 그곳이 도시의 위엄과 권력을 보여주는 공간이었다면, 서울스카이는 오히려 도시의 아름다움과 유연함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서울은 복잡하고 빠르다. 그러나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것은 마치 한강을 중심으로 정교하게 짜여진 거대한 유기체처럼 보였다. 한국은 이 도시의 모습을 하늘에서도 미학적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하늘 위의 호텔, 도시 속의 쉼표
전망대의 감동이 가시기도 전에, 나는 롯데월드타워 내부의 고층 호텔 ‘시그니엘 서울’에서 하룻밤을 예약했다. 76층 이상의 공간에서 숙박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호텔 로비가 무려 79층에 있다는 점부터 놀라웠고, 체크인하는 순간부터 이미 ‘서울의 한복판을 떠났다’는 기분이 들었다.

객실 문을 열자 통유리 너머로 서울의 야경이 펼쳐졌다. 반짝이는 도로, 느릿하게 흐르는 한강, 그리고 수많은 불빛들. 그 모든 것이 나만의 전용 스크린이 되었다. 소음은 없었다. 뉴욕에서 익숙하던 사이렌 소리도, 도로의 빵빵대는 경적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고요함과 불빛만이 공간을 채웠다.

객실 안에는 오디오부터 비데, 커튼까지 모든 것이 디지털로 통제되었고, 욕실은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있었다. 고급스러움 속에 느껴지는 한국 특유의 디테일한 서비스가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서울이라는 대도시 한가운데에서 ‘완전한 고요’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리고 아침. 해가 뜨며 건물 아래로 안개가 살짝 내려앉았고, 그 위로 서울의 건물들이 떠 있는 듯 보였다. 나는 호텔 침대에 누운 채, 커피 한 잔을 들고 그렇게 오래도록 ‘도시를 바라보는 여행’을 이어갔다.
롯데타워, 서울의 정체성을 말하다
롯데월드타워는 단순히 높은 건물이 아니다. 그것은 서울이라는 도시, 아니 대한민국의 정체성 그 자체를 압축해 놓은 공간이다.

이 건물은 그저 높기만 한 게 아니다. 지진에 견디는 내진 설계, 초고속 엘리베이터, 친환경 스마트 기술, 공공미술과 인터랙티브 전시까지. 모든 것이 기술과 문화, 그리고 도시 감수성 위에 설계되어 있었다.

서울은 오랜 시간 ‘압축 성장’을 해온 도시다. 좁은 공간 안에서 많은 기능을 해내야 했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속도를 높이며 살아왔다. 롯데월드타워는 그런 서울의 DNA를 건축적으로 풀어낸 결정체였다. 그 안에는 속도와 여유, 소비와 명상, 기술과 정서가 함께 존재했다.

나는 롯데타워를 나서며, 이 건물을 단지 ‘관광지’로 기억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렇게 기억하고 싶다.
“롯데월드타워는 서울의 현재이자 미래다. 그것은 하늘을 향해 열린 도시의 의지이자,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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