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 배움의 요람, 라마포 칼리지

― 뉴저지의 숨은 명문 공립 리버럴아츠 칼리지를 만나다

숲과 조화를 이루는 캠퍼스: 라마포 칼리지의 시작과 공간

뉴저지 북부의 마와(Mahwah)라는 조용한 타운에 위치한 라마포 칼리지는 단순한 공립대학의 범주를 넘어, ‘배움의 숲’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특별한 교육 공간이다. 1969년 설립된 이 학교는 뉴욕시에서 약 40분 거리에 있으며, 300에이커가 넘는 울창한 자연 속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다. ‘대학 캠퍼스도 하나의 교육’이라는 철학을 실현하듯, 캠퍼스 곳곳은 자연 친화적인 설계와 예술적 조형물, 그리고 학생 중심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라마포 칼리지는 뉴저지 주가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하고자 만든 다섯 개의 ‘주립 칼리지’ 중 하나다. 뉴브런즈윅의 럿거스 대학교, 몬트클레어 주립대, 뉴저지시티대와 더불어 뉴저지의 고등교육 네트워크를 구성하며, 특히 ‘리버럴 아츠’ 중심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리버럴 아츠(Liberal Arts) 교육이란 인문, 사회, 자연과학, 예술 등 다양한 전공을 넘나들며 폭넓은 사고력과 문제 해결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라마포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학부 중심 커리큘럼을 유지하면서도, 실무성과 융합을 강조하는 학제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설립 당시 다섯 개 학부 중심의 간결한 구조였던 라마포 칼리지는, 현재는 40개 이상의 전공과 7개의 대학원 과정을 제공하는 중형 대학으로 성장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간호, 경영학 등 직업 연계성이 높은 전공을 강화하며, 실용성과 학문적 깊이를 동시에 추구하는 교육기관으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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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포의 공간적 특징을 말할 때 가장 자주 언급되는 요소는 ‘기숙사’다. 미국 내 다양한 대학 순위 정보 사이트에서는 라마포 칼리지의 기숙사를 뉴저지 공립·사립 대학 중 1위, 전국 27위에 오를 만큼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각 방마다 화장실과 냉장고, 전자레인지가 구비되어 있고, 개별 냉난방 시설도 설치되어 있어 사실상 소형 스튜디오 수준의 생활 환경을 제공한다. 게다가 대학 측은 재학 기간 내내 4년 전기간 기숙사 생활을 보장해, 안정적인 주거 기반 위에서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Condé Nast Traveler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 50선’에 포함된 라마포 칼리지는 단순히 외형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자연과 조화된 교육 공간으로서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캠퍼스의 숲과 호수, 그 사이로 이어지는 산책로, 그리고 야외 수업이 가능한 파빌리온들은 이곳이 단순한 지식 전달의 공간을 넘어, 인간과 자연, 공동체와 학문이 공존하는 살아 있는 배움의 현장임을 보여준다.

작지만 강한 교육: 학문적 정체성과 전공의 다양성

라마포 칼리지의 가장 큰 특징은 ‘작지만 강한 교육’이다. 현재 약 5,70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이 중 학부생은 5,100여 명, 대학원생은 500여 명가량이다. 전체 학생 수에 비해 전공 선택지는 40개 이상으로 매우 다양한 편이며, 특히 다섯 개의 학부(School of Humanities and Global Studies, School of Social Science and Human Services, School of Theoretical and Applied Science, School of Contemporary Arts, Anisfield School of Business)는 각각의 특색을 바탕으로 고유한 정체성을 형성해 왔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예를 들어 Anisfield School of Business는 미국 경영대학 인증기관인 AACSB로부터 정식 인증을 받은 뉴저지 내 몇 안 되는 공립대 비즈니스 스쿨 중 하나다. 이 학부에서는 마케팅, 재무, 회계는 물론이고, 혁신 창업(Entrepreneurship)과 같은 실전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뉴욕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다양한 인턴십과 기업연계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라마포는 또한 ‘유전학 수사학’을 전공 학문으로 개설한 미국 내 몇 안 되는 대학 중 하나다. 2022년 설립된 ‘Investigative Genetic Genealogy Center(IGGC)’는 유전자 분석과 데이터 과학을 활용한 수사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범죄 해결의 미래 기술을 교육 현장에서 구현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에게 단순한 생물학 지식이 아닌 사회적 실천으로 연결되는 유전체 기반 학문을 가르치겠다는 철학의 발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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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간호, 심리학 분야도 라마포의 강점 전공 중 하나다. 특히 뉴욕과 뉴저지 일대의 공공기관, 병원, 복지시설과 연계한 실습 기반 교육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졸업생의 현장 적응도와 취업률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라마포의 졸업생 중 약 87% 이상이 졸업 후 1년 이내에 취업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통계는 이 학교의 실용적 커리큘럼과 학생지원 시스템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교수진의 질적 수준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전체 교수의 95% 이상이 박사 혹은 최종학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학생과의 밀접한 튜토리얼 중심 수업을 통해 개인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다. 수업당 평균 학생 수는 약 23명, 교수 1인당 학생 비율은 17:1 수준으로, 대형 공립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집중도 높은 학습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학생중심 커뮤니티와 글로벌 지향

라마포 칼리지는 단지 ‘수업’만이 존재하는 교육 기관이 아니다. 이곳의 학생 생활은 철저히 ‘자기주도성과 공동체 의식’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100개 이상의 학생 동아리, 자원봉사 활동, 문화 교류 프로그램이 연중 운영되며, WRPR 90.3FM이라는 캠퍼스 라디오 방송국은 학생들이 직접 편성·제작하는 자율 미디어 공간으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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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열리는 ‘Ramapo Fest’는 전교생이 참여하는 대규모 봄 축제로, 라이브 음악, 음식 마켓, 체험 부스 등이 마련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축제 운영도 학생 자치기구가 주도하며,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공동체 교육의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라마포는 국제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약 20개국 이상과 교환학생 협정을 맺고 있으며, 아시아·유럽·남미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학기 또는 계절학기 동안 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한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과의 교류가 활발하며, 매년 수십 명의 학생이 유학을 다녀온다. 라마포의 글로벌 교육 철학은 단순한 단기 유학을 넘어,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지속가능한 글로벌 시민의식’ 함양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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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커리어 센터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이력서 첨삭, 모의 인터뷰, 커리어 박람회 등 실질적인 취업 준비 서비스가 체계적으로 운영되며, 특히 뉴욕시와 뉴저지 주요 기업들과의 연계를 통한 인턴십 기회는 이 대학의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다.

지역과 세계를 잇는 교육적 실험

라마포 칼리지는 교육을 지역 안에 가두지 않는다. 대학은 ‘Meadowlands Environment Center’를 통해 뉴저지 환경청과 함께 과학·환경 교육을 지역사회에 제공하며, 시민 대상 환경 워크숍, 기후 변화 교육 등 공공 참여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는 대학이 단지 청년 세대를 위한 공간을 넘어, 지역 전체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거점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철학을 반영한다.

이런 지역밀착형 접근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과의 연계에서도 드러난다. 라마포는 문화예술과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뉴욕시 주요 기관(예: MoMA, 뉴욕타임즈, 구겐하임미술관 등)과 협력 프로젝트를 다수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인턴십과 현장 학습을 통해 도시와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글로벌 메트로폴리탄을 구성하는 문화적 다양성, 도시문제, 지속가능성, 사회정의 이슈 등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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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포 칼리지는 또한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관점을 중심으로 한 커리큘럼 개편을 최근 몇 년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미국 고등교육 전반에서 요구되는 변화이기도 하지만, 라마포는 특히 ‘다문화 이해’와 ‘사회 정의’라는 교육 철학을 실천하는 데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미국 원주민 역사와 문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사회운동, 아시아계 이민자의 정체성 등을 다루는 교양 과목들이 개설되어 있고, 이를 필수 교과로 지정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결국 라마포 칼리지는 자연 속 배움의 공간이자, 지역과 세계를 잇는 교육적 실험장이며, 각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공동체적 배움의 장이다. 규모는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실천의 깊이는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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