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층 하늘 위, 미식의 정점을 만나다
뉴욕에 거주하며 레스토랑 투어를 즐겨본 사람이라면, ‘뷰(view)’와 ‘맛(taste)’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장소를 찾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대부분의 스카이라운지나 고층 레스토랑은 경관에만 집중하고, 정작 음식의 퀄리티는 기대 이하인 경우가 적지 않다. 반대로 미슐랭급 셰프의 요리를 즐기려면 어둡고 조용한 지하 공간이나 창문 없는 고급 레스토랑을 선택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런 점에서 ‘Manhatta’는 예외적인 존재다. 파이낸셜 디스트릭트(FiDi) 한복판, 28 Liberty Street 빌딩의 60층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은 360도 파노라마 뷰와 함께 정제된 뉴아메리칸 요리를 선보이며, 뉴욕 미식 지도의 새 지점을 찍었다. 레스토랑의 이름부터가 ‘Manhattan’과 ‘haute cuisine’을 연상시키는 중의적 언어 유희를 담고 있고, 실제로도 그에 부합하는 수준 높은 경험을 제공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0층에 도달한 순간 펼쳐지는 뉴욕의 전경은 단순한 전망을 넘어선다. 남쪽으로는 자유의 여신상과 스태튼 아일랜드가, 북동쪽으로는 브루클린 브리지와 퀸즈보로 다리가, 서쪽으로는 저 멀리 뉴저지의 경계선이 보인다. 창가 좌석에 앉아 있으면 마치 도시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특히 해질 무렵부터 저녁 시간이 황금 시간대로 꼽힌다.

하지만 이곳이 단순한 ‘뷰 맛집’에 그치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음식에 있다.
뉴아메리칸에 깃든 동양적 감성, 그리고 ‘한식의 잔향’
Manhatta의 메뉴는 기본적으로 뉴아메리칸 컨셉을 따르지만, 구성과 조리법에는 분명히 아시아적 색채, 그 중에서도 동양적인 ‘맑고 은은한 맛의 레이어’가 존재한다. 실제로 ‘squid & daikon salad’나 ‘grilled freshwater eel’ 같은 메뉴는 한국인 입맛에도 이질감 없이 다가오며, 무, 참기름, 간장 베이스 등의 풍미는 친숙함마저 느끼게 한다.

특히 전채로 등장한 ‘Oysters Manhatta’는 유니(성게알)와 샴페인 사바용(sabayon)을 얹어낸 구성으로, 입안 가득 터지는 해산물의 감칠맛과 동시에 맑은 국물 요리를 연상케 하는 여운을 남긴다. 메인 요리 중 단연 인상 깊은 것은 드라이 에이징을 거친 오리 요리다. 겉은 바삭하게 구워졌고 속은 육즙을 머금은 채 부드러웠으며, 곁들여 나온 퓨레에는 야마토 고구마와 감이 사용돼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감쌌다. 이는 명절에 먹던 ‘한식 제철 요리’의 감각을 고급스럽게 재해석한 인상을 줬다.

디저트 역시 한식 감성을 간직하고 있다. 고소한 흑임자 시럽이 은은하게 깔린 무스, 유자 셔벗과 미소 캐러멜로 마무리되는 플레이팅은 단맛에만 집중하지 않고 입 안을 정리해주는 느낌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Manhatta의 음식은 “감칠맛”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과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절제되어 있다. 미국식 정찬의 무게감은 유지하면서도 동양적 절제미를 가미한 점에서 한식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낯설지 않으면서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특별한 날, 누구와도 어울리는 공간
Manhatta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어떤 상황에도 어울리는 공간성’이다. 대화가 잘 들리는 낮은 음악과 넉넉한 테이블 간격은 비즈니스 미팅은 물론 가족 모임에도 적합하다. 오픈 키친을 중심으로 구성된 내부 구조는 단순히 조리를 보는 것 이상의 긴장감과 활력을 준다.
특히 한인 커뮤니티의 문화적 특성과 어우러질 수 있는 포인트는 부모님 방문이나 결혼기념일, 아이 없는 데이트, 외국 손님 접대와 같은 다양한 목적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직접 방문해 식사한 한인 고객의 후기를 들어보면, “부모님 환갑 기념으로 갔는데, 전채부터 디저트까지 너무 깔끔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었다”거나 “한국에서 오신 장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은 뉴욕의 대표적인 미식 공간”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처럼 한국인의 입맛과 감성에 맞춘 ‘은근한 동양적 결’이 있기 때문에, 단순한 미국식 레스토랑과는 분명한 차별점을 가진다.
또한 바 좌석은 보다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기고 싶은 젊은 세대에게 어필한다. 이곳의 시그니처인 ‘Dry-Aged Burger’는 바 메뉴 중에서도 특히 인기가 높으며, 한정된 수량으로만 판매되기 때문에 조기 품절이 되기도 한다. 버거의 번은 브리오슈를 사용하고, 패티는 드라이 에이징 비프를 고온에서 빠르게 구워냈다. 토핑으로는 고르곤졸라와 볶은 양파, 그리고 트러플 소스를 얹어 고급스러운 풍미를 완성한다.
서비스, 분위기, 그리고 ‘가심비’라는 가치
Manhatta는 Danny Meyer의 Union Square Hospitality Group이 운영하는 만큼, 서비스에 있어서도 높은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직원들은 지나치게 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손님의 흐름을 읽고 대응하는 데 능숙하다. 와인 리스트는 70페이지가 넘고, 와인 디렉터 Matt Whitney의 큐레이션을 통해 버건디 중심의 유럽 와인은 물론, 나파밸리의 프리미엄 라벨들도 고루 갖추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갖춘 공간이기에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3코스 디너는 $78부터 시작되며, 테이스팅 메뉴는 $275에 달한다. 여기에 와인 페어링을 추가하면 1인당 $400 이상이 나오는 것은 순식간이다. 하지만 이 가격이 단순히 음식 값이 아닌, ‘도시와의 교감’과 ‘경험’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가심비를 고려한 고급 소비로 해석할 수 있다.
이곳은 단순히 “밥을 먹는 장소”가 아니라, 뉴욕이라는 도시를 다시 사랑하게 되는 순간을 만들어주는 무대다. 레스토랑은 마치 미술관처럼 조용하고 질서 있게 운영되며, 밤이 깊을수록 유리창 너머의 야경은 하나의 작품처럼 펼쳐진다.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몇 가지 팁
Manhatta를 처음 찾는다면 다음 몇 가지 팁을 기억하면 좋다.
- 시간대: 해질 무렵인 오후 6시~7시경이 가장 인상적인 뷰를 감상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다. 여름엔 해가 늦게 지므로 7시 예약도 추천.
- 좌석 선택: 창가 테이블은 예약 시 미리 요청 가능하나, 바 좌석은 조금 더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 바 옆 좌석은 오픈 키친의 활기를 체험하기에도 좋다.
- 드레스 코드: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세미포멀 이상의 복장이 자연스럽다.
- 예약: OpenTable 또는 공식 웹사이트에서 최소 2주 전 예약 권장.
- 주차: 파이낸셜 디스트릭트 특성상 자가용보다는 지하철(2, 3, 4, 5호선 Wall Street 역)이나 택시 이용이 편리하다.
에필로그: 도시 위에 펼쳐진 한 끼의 시詩
Manhatta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장소가 아니다. 도시를 올려다보는 대신,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삶을 다시 성찰하게 만드는 곳이다. 음식은 기억을 불러오고, 와인은 대화를 이끌며, 창밖의 불빛은 일상을 예술로 전환시킨다.

뉴욕에 거주하거나 뉴욕을 찾는 한인 독자들에게 Manhatta는 ‘도시의 정수’를 온전히 맛볼 수 있는 드문 장소로 추천할 만하다. 특히 ‘한식 감성도 함께 녹아있는 뉴아메리칸’이라는 정체성은, 우리 문화와 미식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해주며, 특별한 날 한 번쯤은 꼭 경험해볼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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