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MODOMO 저지시티: 허드슨강을 건넌 미쉐린의 감동

뉴요커 일식의 새로움을 선사하다

뉴욕 맨해튼의 미식 지형도에서 ‘미쉐린 빕 구르망’이라는 타이틀은 합리적인 가격에 최상의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식당에 주어지는 영예로운 훈장이다. 치열하기로 소문난 맨해튼 소호(SoHo)에서 독창적인 ‘핸드롤(Hand Roll)’과 ‘도모카세(Domokase)’라는 컨셉으로 이 영예를 거머쥔 레스토랑이 있다. 바로 셰프 브라이언 김(Brian Kim)이 이끄는 ‘DOMODOMO’다. 2019년, 이들의 야심 찬 두 번째 무대가 허드슨강 건너편, 뉴저지 주 저지시티의 스카이라인이 빛나는 워터프런트에 펼쳐졌다. ‘DOMODOMO Jersey City’의 등장은 단순히 맨해튼 유명 맛집의 분점 확장을 넘어, 뉴욕의 역동적인 다이닝 문화가 저지시티의 새로운 정체성과 결합하며 만들어내는 시너지의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과연 DOMODOMO는 맨해튼에서의 성공 방정식을 이곳에서도 완벽하게 재현해냈을까. 본지는 저지시티 다이닝 씬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DOMODOMO의 건축적 미학, 메뉴의 철학, 그리고 서비스의 디테일까지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공간의 미학: 계산된 미니멀리즘과 도시적 세련미의 조화

DOMODOMO 저지시티를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키워드는 ‘공간’이다. 레스토랑은 저지시티 워터프런트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고급 레지덴셜 빌딩 ‘어비 하버사이드(Urby Harborside)’ 1층, 가장 좋은 코너 자리에 위치한다.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허드슨강과 맨해튼의 마천루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공간의 일부가 된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는 순간, 방문객은 높은 천장고가 주는 개방감과 함께 차분하고 정제된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내부 디자인은 현대 일본 미학의 정수인 미니멀리즘을 기반으로 하지만, 결코 차갑거나 단조롭지 않다. 디자이너는 목재, 노출 콘크리트, 검은색 금속, 그리고 부드러운 질감의 가죽 등 서로 다른 물성의 재료들을 능숙하게 조화시켜 따뜻하면서도 도시적인 세련미를 구현했다. 특히 공간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긴 스시 바는 DOMODOMO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밝은 톤의 목재 상판과 은은한 간접 조명 아래에서 셰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스시와 핸드롤을 만드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퍼포먼스가 되어 식사의 즐거움을 더한다. 바 좌석에 앉은 손님들은 셰프와 직접 소통하며 추천 메뉴를 받거나 음식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더욱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바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배치된 다이닝 공간은 다양한 목적의 방문을 고려해 세심하게 구획되었다. 2인용 테이블은 로맨틱한 데이트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안쪽으로는 4인 이상이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부스석과 단체 모임을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조명 설계는 이 공간의 미학을 완성하는 화룡점정이다. 각 테이블 위로 떨어지는 핀 조명은 음식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전체적으로는 살짝 어두운 조도를 유지하여 아늑하고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레스토랑의 진가는 야외 패티오에서 드러난다. 잘 가꾸어진 조경과 함께 마련된 야외 좌석은 마치 도시 속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스시와 사케 한 잔은 DOMODOMO 저지시티가 제공하는 최고의 럭셔리 중 하나다. 한 건축 전문가는 “이곳의 공간 디자인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장소를 넘어, 브랜드의 철학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라며, “개방성과 프라이버시, 자연과 도시, 전통과 현대라는 상반된 요소들을 정교하게 엮어내어 손님들에게 복합적인 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고 평했다. 다만, 높은 인기 탓에 주말 저녁 시간에는 만석이 되는 경우가 많아 공간 전체에 활기찬 에너지가 넘치지만, 때로는 대화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의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메뉴의 철학: 전통과 혁신의 경계를 허무는 맛의 향연

DOMODOMO의 명성은 혁신적인 메뉴에서 비롯된다. 이곳의 메뉴판은 단순한 음식의 나열이 아니라, 셰프 브라이언 김이 추구하는 일식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철학이 담긴 선언문과 같다. 메뉴는 크게 시그니처인 핸드롤, 스시와 사시미, 따뜻한 요리, 그리고 셰프의 특선 코스인 ‘도모카세’로 구성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모든 방문객이 반드시 경험해야 할 메뉴는 단연 핸드롤이다. DOMODOMO의 핸드롤이 특별한 이유는 ‘김(노리)’에 있다. 최고 등급의 김을 주문 즉시 살짝 구워내어 바삭함과 고소한 풍미를 극대화했다. 그 위에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온도로 맞춘 초밥(샤리)을 얇게 펴고, 신선한 주재료를 얹어 원뿔 형태로 말아낸다. 이 핸드롤은 만들어진 후 단 몇 분 안에 먹어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김의 바삭함이 밥의 수분 때문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스파이시 튜나 핸드롤’은 다진 참치에 매콤한 소스를 버무려 감칠맛을 폭발시키고, ‘랍스터 핸드롤’은 탱글탱글한 랍스터 살의 식감과 고소한 마요네즈 소스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최상급 와규를 살짝 익혀 올린 ‘와규 핸드롤’은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듯한 부드러움으로 해산물과는 또 다른 차원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핸드롤이 혁신을 상징한다면, 스시와 사시미는 전통에 대한 존중을 보여준다. 계절에 따라 가장 신선한 생선을 엄선하여 사용하며, 생선의 맛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숙성과 칼질(키리) 기술이 돋보인다. 특히 ‘도모카세’ 코스를 주문하면 참치 뱃살(오토로), 성게알(우니), 단새우(아마에비) 등 그날 가장 좋은 재료로 만든 최상의 스시를 맛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셰프와 교감하며 일식의 정수를 경험하는 미식의 여정이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DOMODOMO의 또 다른 강점은 스시를 즐기지 않는 사람까지 만족시키는 다채로운 따뜻한 요리(Hot Dishes) 라인업에 있다. 그중에서도 ‘미소 블랙 코드(Miso Black Cod)’는 반드시 맛봐야 할 메뉴로 꼽힌다. 며칠간 백된장 소스에 숙성시킨 은대구를 오븐에 구워낸 이 요리는, 겉은 캐러멜처럼 달콤 짭짤하고 속살은 결대로 부드럽게 흩어지며 깊은 풍미를 남긴다. 이 외에도 ‘갈릭 베이컨 볶음밥’, 한국식 ‘김치 볶음밥’, ‘불고기 덮밥’ 등은 익숙하면서도 한 차원 높은 맛을 선사하며, 특히 미국 현지인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메뉴 구성은 다양한 인종과 식문화를 가진 저지시티의 특성을 정확히 파고든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된다.

서비스와 경험: 완성도를 결정하는 마지막 한 조각

훌륭한 공간과 음식이 준비되었더라도,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코 최고의 레스토랑이 될 수 없다. DOMODOMO 저지시티는 이 마지막 퍼즐 조각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입구에서 손님을 맞는 호스트부터 테이블을 담당하는 서버, 그리고 바 너머의 셰프들까지, 모든 직원이 전문성과 친절함으로 무장하고 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서버들은 각 메뉴의 특징과 재료에 대해 막힘없이 설명하며, 손님의 취향과 예산에 맞춰 최적의 메뉴 조합을 추천해준다. 특히 사케 리스트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음식과의 페어링을 제안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손님의 물 잔이 비지 않도록 수시로 확인하고, 다 먹은 접시를 신속하게 치워주는 등 세심한 배려가 엿보인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주말 저녁과 같은 피크 타임에는 만석인 경우가 많아 서비스의 질이 다소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일부 온라인 리뷰에서는 “음식이 나오는 속도가 평소보다 느렸다”거나 “서버를 부르기 위해 몇 번을 기다려야 했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따라서 최상의 서비스를 경험하고 싶다면, 비교적 여유로운 주중 저녁이나 런치 시간대를 공략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예약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간편하게 할 수 있으며, 워크인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최소 1~2주 전에는 예약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총평: 저지시티 다이닝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다

‘DOMODOMO Jersey City’는 맨해튼의 성공 신화를 허드슨강 너머에서 성공적으로 재현, 아니 그 이상으로 발전시킨 보기 드문 사례다. 이곳은 단순히 스시와 롤을 파는 일식당이 아니라, 건축적 미학과 창의적 메뉴, 그리고 세심한 서비스가 어우러져 하나의 완성된 ‘다이닝 경험’을 제공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전통적인 스시의 맛을 존중하면서도 핸드롤이라는 혁신적인 아이템으로 새로운 팬층을 만들어냈고, 미소 블랙 코드와 같은 독보적인 핫푸드로 메뉴의 깊이를 더했다. 이는 일식 애호가는 물론, 이제 막 일식의 세계에 입문하려는 사람들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구축했음을 의미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물론 피크 타임의 소음 문제나 서비스 지연 가능성 등 사소한 단점들이 존재하지만, DOMODOMO가 선사하는 전반적인 만족감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 싶은 연인에게도, 퇴근 후 동료들과 맛있는 음식에 술 한잔을 기울이고 싶은 직장인에게도, 주말에 가족과 함께 품격 있는 외식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도, DOMODOMO 저지시티는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지 중 하나다. 이곳은 저지시티 다이닝 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으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도시의 미식 문화를 이끌어갈 중요한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다.

뉴욕앤뉴저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Previous Story

앙젤리나, 파리에서 뉴욕으로 건너온 달콤한 시간 여행

Next Story

[오피니언] 민주주의 회복력을 통해 본 100년간의 인류 역사

Latest from Featured

AI 산업 발전, 연계 산업의 지형을 바꾸다

제조 혁신의 중심, 산업 AI 인공지능(AI)의 진화는 더 이상 연구실과 소프트웨어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제조 현장은 AI 기술의 가장 강력한 실험실이자 성장 무대다. 한국 정부는 ‘AI-팩토리(AI-Factory)’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며 산업 현장의 전…

[오피니언] 민주주의 회복력을 통해 본 100년간의 인류 역사

지난 한 세기 동안 민주주의는 반복되는 충격과 반동 속에서도 제도를 복원하고 규범을 재정렬하는 능력을 입증해 왔다. 1920~40년대 사이 파시즘과 군국주의의 부상은 자유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드러냈지만, 전쟁의 폐허 위에서 이루어진 헌정 복원과 제도 재설계는…

앙젤리나, 파리에서 뉴욕으로 건너온 달콤한 시간 여행

파리의 향기를 간직한 살롱 드 테 1903년, 파리 리볼리 거리에는 작은 살롱 드 테가 문을 열었다. 주인은 오스트리아 출신 제과사 안토완 뤼펠마이어였고, 그는 이곳에 자신의 며느리 이름을 붙였다. 그때부터 앙젤리나(Angelina)라는 이름은 단순한…

스테이블코인의 명과 암: 미국 경제가 직면할 기회와 위험

폭발적 성장, 2조 달러 시장을 향해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시장의 조연에서 이제는 중심 무대로 올라섰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주목받는 동안, 실질적인 거래와 자금 이동을 떠받쳐온 것은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다. 2020년대 초반만 해도 몇백억 달러…
Go to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