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 Waterway, 강 위에서 만나는 또 다른 뉴욕

― 허드슨강 위의 일상,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뉴욕을 여행하는 방법에는 수많은 길이 있다. 지하철의 복잡한 노선을 따라 도심을 관통할 수도 있고, 옐로 캡을 타고 타임스퀘어의 불빛을 스쳐갈 수도 있다. 그러나 도시의 진짜 얼굴을 보고 싶다면, 허드슨강 위로 떠나는 여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뉴욕 워터웨이(NY Waterway)는 이 거대한 도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특별한 이동 수단이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수많은 강바람 속에서, 뉴욕은 더 느리게, 그리고 더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허드슨강을 따라 운항하는 NY Waterway는 단순한 페리가 아니다. 그것은 맨해튼과 뉴저지를 잇는 하나의 ‘수상 도로’이자, 매일 수천 명의 통근객과 여행객을 태우는 이동형 전망대다. 맨해튼 쪽에는 미드타운의 West 39th Street, 다운타운의 Pier 11(월스트리트)과 배터리파크 인근 Brookfield Place 터미널이 주요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대편 뉴저지에는 포트임페리얼(Port Imperial), 호보켄(Hoboken), 폴루스 훅(Paulus Hook), 린컨하버(Lincoln Harbor), 에지워터(Edgewater) 등 여러 터미널이 허드슨강을 따라 늘어서 있다. 아침과 저녁,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건너는 페리의 풍경은 도시의 리듬을 느리게 바꾸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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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짧은 항로는 단 8분 만에 맨해튼에 닿는다. 하지만 짧은 그 시간 동안에도 강 위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길고 깊게 남는다. 배가 출항하는 순간, 뉴저지의 붉은 벽돌 건물들이 멀어지고, 맨해튼의 유리탑들이 서서히 시야를 채운다. 자유의 여신상은 멀리 수평선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브루클린브리지의 아치가 물안개 너머로 희미하게 드러난다. 흔히 보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조차도, 강 위에서 바라보면 전혀 다른 표정을 짓는다. 바쁜 도심의 소음이 멀어질수록, 뉴욕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인다.

여행자에게 NY Waterway는 새로운 루트의 발견이기도 하다. 관광객들은 주로 유람선 크루즈를 떠올리지만, NY Waterway의 장점은 그것이 ‘실제 교통수단’이라는 점이다. 즉흥적으로 페리를 타고 건너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맨해튼에서 뉴저지의 작은 항구 마을을 들렀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포트임페리얼에서 미드타운으로 향하는 구간은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가장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는 노선으로 꼽힌다. 페리 안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같은 풍경을 바라본다. 누군가는 출근길의 루틴 속에서, 누군가는 잠시의 여행 속에서 그 바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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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 Waterway는 통근자뿐 아니라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도 운영한다. 봄과 여름에는 허드슨강을 따라 맨해튼과 자유의 여신상 인근을 도는 ‘리버 투어(River Tour)’가 인기다. 가을에는 단풍 시즌에 맞춰 ‘Shades of Autumn Cruise’라는 이름의 특별 운항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강가의 붉은 단풍과 도시의 유리벽이 함께 반사되는 풍경은 그 어떤 사진보다도 인상적이다. 운항 시간은 노선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운영되며, 피크 타임에는 10분 간격으로 출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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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편리한 점은 ‘앱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NY Waterway 모바일 앱을 통해 전자 티켓을 구매하고 QR코드로 바로 탑승할 수 있으며, 맨해튼 도착 후에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셔틀은 미드타운의 57번가부터 다운타운의 배터리파크까지 주요 구역을 커버하며, 페리 하선 후 이동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특히 12세 이하 어린이는 대부분의 노선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가족 여행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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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 몇몇 이용객들은 “앱이 느리다”거나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승객들이 남기는 후기는 긍정적이다. “배는 깨끗하고, 직원들은 친절하며, 무엇보다 풍경이 아름답다.” 한 여행자는 트립어드바이저 후기에서 이렇게 썼다. “단 10분이었지만, 뉴욕을 완전히 새롭게 본 기분이었다.” 그것이 바로 NY Waterway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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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에서 도시를 바라본다는 것은 단순히 시야의 전환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도시를 다른 감각으로 이해하는 일이다. 지하철의 굉음 대신 잔잔한 물결 소리를 듣고, 빌딩 숲 사이 대신 수평선 위의 햇살을 마주하는 경험. NY Waterway는 그 경험을 일상 속으로 끌어온다. 여행자에게는 새로운 루트가 되고, 도시인에게는 잠시의 도피가 된다. 뉴욕은 여전히 빠르게 움직이지만, 허드슨강 위의 시간만큼은 여전히 천천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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