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니치 빌리지는 뉴욕에서 가장 다채로운 동네 중 하나다. 미드타운의 빽빽한 고층 빌딩 숲과 달리, 이곳에는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건물과 좁은 골목길, 그리고 거리 공연자의 음악이 어우러져 있다. 낮은 건물들 사이로 오래된 가로수들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어딘가 더 여유롭다. 워싱턴 스퀘어 공원을 중심으로 모여드는 학생과 예술가, 그리고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은 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 중심에 자리한 것이 맥도걸 스트리트 114번지의 Saigon Shack이다. 외관만 보면 화려하지 않다. 작은 간판 하나와 소박한 입구가 전부다. 하지만 점심시간이든 저녁시간이든 늘 가게 앞에는 줄이 늘어선다. 그 줄에 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기다림에 대한 불만보다 기대가 가득하다. 기다림이 곧 경험의 일부라는 것을 이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줄 끝에 닿으면, 따뜻한 국물과 바삭한 빵이 기다린다. 뉴욕 속 작은 베트남의 향기가.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공기가 확 바뀐다. 고수와 라임의 상큼한 향, 고기 육수의 진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작은 공간에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 빠르게 움직이지만 늘 미소를 머금은 직원들, 좁은 테이블 사이로 오가는 쟁반들. 그 모든 것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혼잡함을 넘어 활기다. 낯선 손님끼리도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나누게 되고, 음식 이야기가 자연스레 오간다. 이곳에서는 낯섦이 금세 친밀함으로 바뀐다.
한 그릇의 쌀국수, 한 입의 반미
Saigon Shack의 대표 메뉴는 두말할 것 없이 쌀국수(Phở)다. 국물은 맑으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 몇 시간을 고아낸 듯한 소고기 육수는 첫 모금에서 이미 신뢰를 준다. 얇게 썬 쇠고기, 브리스킷, 그리고 미트볼이 듬뿍 들어 있어 푸짐하다. 여기에 라임, 고수, 숙주가 곁들여지면 손님은 자신만의 쌀국수를 완성한다. 고수를 듬뿍 넣어 강렬한 향을 즐기는 이도 있고, 라임을 듬뿍 짜 넣어 상큼한 국물을 완성하는 이도 있다. 같은 메뉴이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는 다양성이 이곳 쌀국수의 매력이다.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반미(Bánh Mì)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바게트 빵에 구운 돼지고기, 치킨, 파테, 채소가 들어간다. 고기의 고소함, 채소의 아삭함, 소스의 새콤함이 한입에 어우러져 폭발적인 풍미를 만들어낸다. 뉴욕에서 가장 훌륭한 반미를 Saigon Shack에서 맛볼 수 있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 외에도 Grilled Pork Vermicelli는 단골들의 강력 추천 메뉴다. 구운 돼지고기와 쌀국수 면, 신선한 채소와 땅콩이 어우러져 담백하면서도 향긋하다. 볶음 국수와 밥 요리 또한 꾸준히 사랑받는다. 무엇보다 이 모든 메뉴의 가격은 놀랍도록 합리적이다. 뉴욕의 높은 물가를 감안하면, 15~20달러 선에서 푸짐하고 정성스러운 한 끼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학생과 직장인들에게 Saigon Shack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의 목소리와 일상의 풍경
리뷰 사이트와 블로그에는 Saigon Shack에 대한 호평이 가득하다. “쌀국수 국물이 진하다.”, “뉴욕 최고의 반미.”, “가격 대비 만족도가 최고다.” 손님들의 이 평가는 음식 그 자체만이 아니라 이곳이 지닌 분위기와 경험까지 포함한 이야기다.
물론 단점도 있다. 늘 붐빈다. 주말 점심이나 저녁에는 길게 줄을 서야 하며, 테이블이 좁아 단체 손님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이런 불편조차도 이곳의 매력을 구성한다. 빠른 회전율 덕분에 음식은 금세 나오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뉴욕다운 에너지를 체험할 수 있다.

Saigon Shack은 관광객만을 위한 식당이 아니다. 오히려 이곳은 지역 주민과 NYU 학생들에게 더 가까운 공간이다. 수업을 마치고 들러 뜨거운 쌀국수 한 그릇을 먹는 학생들, 근처 사무실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직장인들, 공연을 보고 들른 예술가들. 이 다양한 사람들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국물을 마신다.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같은 음식을 나누며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것. 바로 이 경험이 Saigon Shack을 특별하게 만든다.
뉴욕 속 다문화 정체성의 축소판
뉴욕은 전 세계의 음식을 만날 수 있는 도시다. 그러나 Saigon Shack은 단순한 베트남 음식점을 넘어선다. 그것은 뉴욕 다문화 정체성의 축소판이다. 이곳에서는 아시아의 향신료와 프랑스의 식민지 역사가 만난 반미가 뉴욕식 간편식으로 재탄생한다. 전통 쌀국수는 학생들의 저녁 식사가 되고, 테이크아웃 박스에 담겨 사무실로 옮겨진다.

코로나 이후 외식 문화가 크게 달라졌지만, Saigon Shack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빈다. 배달과 테이크아웃이 늘어났음에도, 가게 안에서 함께 먹는 뜨거운 쌀국수 한 그릇은 대체할 수 없다. 그것은 단순한 영양이 아니라, 심리적 위안이며 공동체적 경험이다.
뉴욕에는 수많은 아시아 레스토랑이 있지만, Saigon Shack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진심이 담긴 국물, 바삭한 반미의 식감, 빠르지만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사람들로 가득한 활기. 이 네 가지 요소가 모여 Saigon Shack은 뉴욕의 작은 베트남이 된다.
그리니치 빌리지를 걷다 보면 만나는 수많은 레스토랑 가운데, Saigon Shack은 늘 줄이 길다. 하지만 그 기다림 끝에는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뉴욕이라는 도시가 지닌 다양성과 따뜻함을 한 그릇에 담아낸 경험이 기다린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들려오는 거리의 음악, 옆사람과 스치는 짧은 대화, 그리고 식탁 위에 놓인 뜨거운 국물 한 그릇. 그것이 바로 Saigon Shack이 선사하는 뉴욕의 또 다른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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