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브런치] 전통과 세련의 교차점, Lefkes Estiatorio

― 뉴저지에서 만나는 현대적 그리스의 맛

495 Sylvan Avenue, Englewood Cliffs. 맨해튼에서 조지워싱턴브리지를 건너 불과 십여 분 남짓. 도시의 소음이 잠잠해질 즈음, 정제된 흰색 외벽과 푸른 조명이 어우러진 한 건물이 시선을 끈다. 그곳이 바로 Lefkes Estiatorio다. 이름부터가 그리스어로 ‘하얀 튤립’을 뜻하는 이 레스토랑은, 전통적 지중해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낸 공간으로, 뉴저지 북부 미식 지형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Lefkes의 첫 인상은 단순히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 아니다. 내부로 들어서면 화이트 톤의 벽과 따뜻한 나무 결, 금빛 조명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마치 산토리니의 정오 햇살 아래 놓인 듯한 공간이 펼쳐진다. 테이블 간 간격은 넓고, 오픈 키친의 불빛이 미묘한 긴장감을 만든다. 낮에는 정제된 지중해 레스토랑이지만, 밤이 되면 조명이 낮아지고 음악이 흐르며 분위기는 한층 고조된다. 주말 저녁에는 DJ가 등장해 바 공간이 작은 라운지처럼 변모한다. 이런 다층적인 매력이 Lefkes를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경험의 장소’로 만든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셰프는 전통적인 그리스식 조리법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다. Lefkes의 핵심은 지중해의 순수한 재료와 미묘한 조화다. 메뉴의 시작은 해산물이다. 신선한 굴과 클램, 새우, 도라도, 라브라키 등은 그날 들여온 재료로 구성되며, 레몬과 허브, 올리브 오일만으로 맛을 완성한다. 특히 ‘그릴드 옥토포디(Octopodi)’는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메뉴다.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밴 문어살은 질기지 않고, 한입 베어 물면 부드럽게 풀린다. 향신료를 최소화한 조리법 덕분에 재료 본연의 감칠맛이 살아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육류 요리로는 ‘램 찹(Lamb Chops)’이 단연 돋보인다. 고기의 마블링이 고르게 분포된 뉴질랜드산 양고기를 직화로 구워내는데, 겉은 바삭하게, 속은 촉촉하게 익혀낸다. 그리스식 허브와 올리브 오일로 향을 입히고, 옆에는 구운 레몬이 함께 나온다. 손님이 직접 레몬즙을 짜 넣으면 고기의 풍미가 한층 깊어진다. 스테이크 메뉴 역시 수준급이다. 에이징된 앵거스 비프는 단단한 육질 속에서도 적당한 기름기가 감돌며, 소스 없이도 완성된 맛을 낸다.

그러나 Lefkes의 진가는 메인보다도 ‘사이의 순간’에 있다. 작은 애피타이저와 반찬, 그리고 식탁 위의 템포가 전체 경험을 지배한다. ‘필로 페타(Phyllo Feta)’는 얇은 페이스트리 속에 페타 치즈를 넣어 바삭하게 구워낸 뒤 꿀과 참깨를 얹은 메뉴로, 단맛과 짠맛이 오묘하게 어우러진다. ‘스파나코피타(Spanakopita)’는 시금치와 치즈가 듬뿍 들어간 미니 파이로, 질감이 가볍고 향이 산뜻하다. 레몬을 넣은 ‘아브골레모노(Avgolemono)’ 수프는 부드럽고 따뜻하게 목을 감싸며, 식사의 시작을 차분히 열어준다.

와인 리스트 역시 세련되게 구성되어 있다. 그리스 본토 와인과 캘리포니아, 이탈리아산 프리미엄 와인을 고르게 갖추었으며, 특히 산토리니산 아시르티코(Assyrtiko)는 해산물 요리에 탁월하게 어울린다. 직원들은 메뉴와 와인의 궁합을 세심히 설명해주며, 손님의 취향에 맞춰 제안한다. 서비스는 전반적으로 정중하고 부드럽다. 단, 주말 저녁에는 손님이 몰리며 응대 속도가 다소 느려질 수 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식사 후에는 디저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전통 그리스 디저트인 바클라바(Baklava)는 시럽의 농도가 과하지 않고, 견과류의 고소함이 살아 있다. 혹은 마스카르포네 크림을 얹은 ‘레몬 케이크’는 식사의 마무리로 상큼하다. 커피 역시 수준급이다. 에스프레소는 묵직한 질감이 있고, 카푸치노는 거품이 풍성하며, 따뜻한 향이 잔잔하게 남는다.

Lefkes는 단순히 ‘음식이 좋은 식당’이 아니라, 문화와 미학이 결합된 공간이다. 음악, 조명, 서비스, 재료 하나하나가 전체적인 조화를 이룬다. 공간의 미학적 완성도가 높고, 그리스적 정체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연출이 탁월하다. 다만 그 화려함이 때로는 과할 때도 있다. 주말 밤에는 DJ 음악과 대화 소음이 겹쳐 정찬보다는 파티에 가까운 분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Lefkes의 일부다. 그곳은 고요한 지중해의 해변이자, 동시에 활기찬 아테네의 밤을 닮았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식사는 예술이자 감정의 언어다. Lefkes Estiatorio는 그 언어를 지중해의 빛깔로 말한다. 흰색 접시 위에 놓인 올리브 오일의 황금빛, 레몬의 산미, 그릴 자국의 농도, 그리고 와인 잔에 비치는 불빛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연출된 한 편의 오케스트라 같다. Englewood Cliffs의 이 작은 레스토랑은, 뉴욕 인근에서 진짜 ‘지중해의 시간’을 느낄 수 있는 드문 장소다.

📍 위치 | 495 Sylvan Ave, Englewood Cliffs, NJ
운영 | 월–목 12:00pm–10:00pm / 금·토 12:00pm–11:00pm / 일 12:00pm–9:00pm
🍷 추천 메뉴 | Grilled Octopus, Lamb Chops, Phyllo Feta, Assyrtiko 와인 페어링
💰 가격대 | 중상 ($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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