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달콤함이 뉴욕 소호에 깃들다 -‘라뒤레(Ladurée) 소호’

정통 프렌치 디저트와 브런치가 만나는 공간, 라뒤레 소호 방문기

뉴욕 소호(SoHo)의 번화한 거리 한복판, 프린스 스트리트를 걷다 보면 고풍스러운 외관의 프랑스풍 카페가 하나 눈에 띈다. 창 너머로 보이는 파스텔 톤의 마카롱 박스, 부드러운 커튼, 클래식한 조명. 이곳은 바로 전 세계 마카롱 애호가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프랑스 디저트 브랜드 ‘라뒤레(Ladurée)’의 소호 지점이다. 파리에서 1862년에 문을 연 라뒤레는 단순한 제과 브랜드를 넘어 프랑스식 살롱 드 떼(Salon de thé), 즉 티룸의 정통을 이어온 상징적인 존재다. 뉴욕 소호 지점은 그 유산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뉴욕 특유의 세련됨을 더해, 도심 속에서 가장 우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라뒤레 소호는 외형만 보면 고급 디저트를 판매하는 일반적인 카페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선 순간 마치 다른 세계로 발을 들인 듯한 느낌을 준다. 실내 인테리어는 19세기 프랑스 귀족의 응접실을 연상시키는 앤티크 가구와 샹들리에, 은은한 꽃 장식으로 꾸며져 있으며,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내부를 지나 마주하게 되는 뒷마당 정원이다. 라뒤레 소호의 시크릿 가든은 뉴욕이라는 도심 한가운데서 경험하기 어려운 조용함과 여유를 제공한다. 초여름 햇살이 부드럽게 비추는 테라스에 앉아 브런치를 즐기고 있노라면, 파리의 작은 정원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곳의 브런치 메뉴는 클래식한 프렌치 조식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구성이 돋보인다. 대표 메뉴인 연어 에그 베네딕트는 부드럽게 익힌 수란과 훈제 연어, 레몬향이 가미된 홀랜다이즈 소스가 부드럽게 어우러지며 고급스러운 풍미를 선사한다. 곁들여 나오는 아루굴라 샐러드는 산뜻함을 더하고, 버터가 스며든 브리오슈 토스트는 식사의 마무리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오믈렛이나 크로크 마담, 키슈 등 다른 메뉴들 또한 각각 정성스럽게 조리되어 프랑스 가정식의 정수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라뒤레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는 디저트다. 마카롱은 단순한 달콤한 과자가 아니다. 각각의 마카롱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이상적인 식감을 자랑하며, 맛 또한 섬세하다. 피스타치오, 라즈베리, 바닐라, 로즈 같은 클래식한 맛은 물론이고, 계절 한정 혹은 뉴욕 지점에서만 제공되는 독특한 조합의 맛도 즐길 수 있다. 라뒤레 특유의 꽃 향을 머금은 마카롱은 향과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디저트를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디저트 쇼케이스에는 마카롱 외에도 몽블랑, 밀푀유, 타르트 시트롱, 에끌레어 등 전통 프렌치 파티셰리가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으며, 이들 역시 눈으로 보고 입으로 즐기는 고급스러운 경험을 제공한다.

커피와 차 역시 라뒤레의 브런치를 한층 더 품격 있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프렌치 프레스 커피의 깊은 맛은 물론, 라뒤레만의 시그니처 티 셀렉션은 디저트와의 조화를 고려한 구성으로, 마카롱과 함께 마시면 그 풍미가 배가된다. 특히 로즈 티나 얼그레이 블렌드는 섬세한 향이 인상적이며, 따뜻한 찻잔 하나가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라뒤레의 서비스는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절제된 편이다. 직원들은 친절하면서도 과도한 개입 없이 고객의 식사 시간을 존중해주는 태도를 보인다. 메뉴에 대한 설명도 정중하고 전문적이며, 알레르기나 개인 취향에 따른 요청에도 세심하게 대응해 준다. 다만 프랑스식 레스토랑 문화의 영향을 받아 전체적인 응대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여유 있게 즐기는 식사를 기대하고 방문한다면 만족도가 높지만, 시간이 제한된 일정 중이라면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주말 브런치 시간에는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므로, 사전 예약 또는 비교적 한산한 평일 오전 방문을 추천한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뉴욕 거주자 케이티 정(33세)은 “라뒤레 소호에 오면 마치 도심 속의 피난처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맛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분위기와 여유가 다시 방문하게 만드는 이유”라고 전했다. 그녀는 친구와의 약속이나 특별한 날, 혹은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고 싶을 때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라뒤레 소호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좋은 식사를 넘어서 하나의 문화적 체험이 된다. 식사와 디저트, 공간과 분위기, 서비스와 여운—all inclusive하게 구성된 이 장소는 뉴욕이라는 빠른 도시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기에 이상적이다. 브런치의 맛은 풍부했고, 디저트의 정교함은 예술적이었으며, 공간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세련되고 우아했다.

총평을 하자면, 라뒤레 소호는 단연코 뉴욕에서 ‘가장 파리다운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분위기 면에서는 도심 속 정원 테라스와 프렌치 살롱이 어우러진 최고의 공간 구성으로 만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맛 역시 클래식하고 정갈한 프렌치 요리와 디저트를 완성도 높게 구현하고 있다. 가격은 다소 높은 편이지만, 식재료의 질과 전반적인 경험을 고려했을 때 납득 가능한 수준이다. 서비스는 친절하고 전문적이지만, 빠른 회전율을 기대하기보다는 여유 있는 방문이 필요하다. 재방문 의사를 묻는다면, 기자는 기꺼이 ‘그렇다’고 답하겠다. 단지 식사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파리의 한 조각을 만나러 가는 것이기에.

뉴욕 소호에서 브런치와 디저트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장소를 찾고 있다면, 라뒤레 소호는 충분히 그 리스트에 올라야 할 가치 있는 공간이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미식의 여정을 찾는 이들에게, 이곳은 그 여정의 아름다운 종착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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