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빌리지의 거리를 걷다 보면, 거대한 간판 대신 은은한 조명과 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따뜻한 불빛이 눈에 들어온다. 그곳이 바로 Barbuto다. 이탈리아 요리의 뿌리와 캘리포니아의 자유로운 감성을 동시에 품은 이 레스토랑은, 뉴욕 미식의 ‘단순함의 미학’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도시의 화려한 레스토랑 사이에서도 Barbuto는 유난히 담백하다. 과장된 디테일이나 장식 대신, 셰프 조너선 왁스맨(Jonathan Waxman)의 철학이 담긴 “솔직한 요리”가 테이블 위를 채운다.

Barbuto는 2004년 워싱턴가에서 문을 열었다. 당시는 웨스트빌리지가 아직 지금처럼 상업화되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한쪽 벽을 차고문처럼 열어 바람을 들이는 오픈 키친 구조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단순한 파스타와 구운 치킨이 주메뉴였지만, 왁스맨의 감각은 그 단순함에 깊이를 더했다. 그의 요리는 프랑스 르 바렌(La Varenne) 요리학교에서 배운 정통 기술에, 캘리포니아 농장의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감성이 결합된 결과였다. 뉴욕의 레스토랑 문화가 ‘복잡함’과 ‘고급스러움’을 경쟁하던 시절에 Barbuto는 오히려 거꾸로 갔다.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드러내며, “잘 굽고, 잘 간하는 것”이 최고의 미학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15년의 인기를 누리던 Barbuto는 2019년 건물 계약 만료로 문을 닫아야 했다. 뉴요커들에게는 작은 충격이었다. 한 세대의 미식적 상징이 사라진 듯한 공허함이 도시를 감쌌다. 하지만 왁스맨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불과 1년 만에 새 장소, 호레이쇼 스트리트(113 Horatio Street)에서 Barbuto를 다시 열었다. 새로운 공간은 조금 더 세련되고 넓었으며, 이전의 창고형 분위기 대신 벽돌과 유리, 식물로 장식된 현대적인 미학을 품었다. 팬데믹으로 잠시 문을 닫기도 했지만, Barbuto는 다시 살아났다. 뉴욕의 미식계가 여전히 ‘왁스맨의 단순함’을 필요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Barbuto의 대표 메뉴는 단연 Pollo al Forno, 즉 로스트 치킨이다. 이 치킨은 오븐에서 완벽하게 구워진 껍질과 촉촉한 속살, 그리고 단순하지만 깊은 풍미로 유명하다. 올리브오일, 허브, 소금, 그리고 약간의 레몬즙만으로 완성되는 이 요리는 셰프의 정직한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낸다. 그 외에도 구운 뇨키(toasted gnocchi), 부카티니 파스타, 케일 샐러드 같은 메뉴들은 계절 재료를 중심으로 매일 조금씩 변한다. 뉴욕의 많은 레스토랑이 ‘창의적 비주얼’로 경쟁할 때, Barbuto는 오히려 절제된 맛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다.
레스토랑 내부는 열정적이면서도 여유롭다. 오픈 키친에서 불길이 오르고, 셰프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식탁 위에는 따뜻한 빛의 조명이 드리워져 있고, 와인잔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저녁의 리듬을 만든다. Barbuto의 서비스는 형식보다 인간적인 온기에 가깝다. 손님들은 직원들과 짧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편안하게 식사를 즐긴다. 이러한 공기의 온도는 왁스맨이 늘 강조해온 “레스토랑은 인간적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2024년, Barbuto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브루클린 브리지 근처의 1 Hotel Brooklyn Bridge 안에 두 번째 지점을 열며, 레스토랑의 정체성을 확장했다. 브루클린 지점은 약 200석 규모로, 허드슨강과 맨해튼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오는 야외 공간이 인상적이다. 이곳은 웨스트빌리지의 원조 지점보다 더 자연 친화적이고 개방적인 구조로 설계되었으며, 메뉴에는 스모크드 살몬 피자와 지역 특산 야채 요리 등 새로운 시도가 추가되었다. 하지만 중심에는 여전히 같은 철학이 흐른다. 신선한 재료, 단순한 조리, 정직한 맛.

Barbuto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일관된다. 미식 평론가들은 “뉴욕에서 가장 꾸밈없는 훌륭한 레스토랑 중 하나”라고 평했고, 일반 고객들도 “소박하지만 완벽하다”는 후기를 남겼다. TripAdvisor와 OpenTable에는 “기분 좋은 대화가 가능한 공간”, “도심 속에서 드물게 느껴지는 여유”라는 코멘트가 이어진다. 물론 모든 찬사가 완벽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일부 고객은 가격이 다소 높다고 말하고, 몇몇 메뉴가 “기대만큼 특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조차 Barbuto가 지나치게 꾸미지 않는 ‘진짜 레스토랑’이라는 사실을 오히려 강화한다.

Jonathan Waxman은 지금도 주방에서 손님을 맞이하며, 음식을 통해 “뉴욕의 인간적인 얼굴”을 되찾고자 한다. 그는 화려함보다 진정성을, 실험보다 일상을 선택했다. Barbuto는 그 철학의 결과물이다.
이곳의 한 끼 식사는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안에는 셰프의 인생과 도시의 시간, 그리고 손님들의 기억이 함께 구워져 있다. Barbuto는 뉴욕의 미식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조용히 보여주는 레스토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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