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치즈 케이크의 진짜 고전, ‘베니에로스’에서 찾다

130년 전통의 이탈리안 베이커리에서 만난 정통 뉴욕 치즈케이크의 정수

뉴욕에는 유명한 치즈케이크 가게가 많다. 주니어스 치즈케익, 에일린스, 바사치즈케이크 등 각기 다른 개성과 레시피로 사랑받는 디저트 명소가 즐비하지만, 치즈케이크라는 디저트를 ‘시간’과 함께 맛보고 싶다면 단연코 이스트 빌리지의 전통 이탈리안 베이커리, ‘베니에로스(Veniero’s Pastry Shop & Caffé)’가 독보적이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1894년 문을 연 이 가게는 무려 1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뉴욕커와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아왔다. 수많은 디저트가 유행처럼 바뀌고 사라지는 가운데에서도, 베니에로스의 치즈케이크는 변함없는 클래식으로 남아 있다. 기자는 이번 방문을 통해, 이 오래된 베이커리의 치즈케이크가 왜 여전히 뉴욕에서 ‘레전드’로 불리는지 직접 경험해봤다.

이스트 11번가와 1st Avenue가 만나는 조용한 골목길, 벽돌 건물 사이로 번쩍이는 네온사인 “Veniero’s”가 클래식하게 자리한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진열대에는 마카롱, 티라미수, 까놀리, 세미프레도 등 각종 이탈리안 디저트가 가득하지만, 가장 중심에는 언제나 치즈케이크가 있다. 베니에로스의 치즈케이크는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클래식 뉴욕 스타일부터 리코타 치즈를 이용한 이탈리안 스타일, 라즈베리 토핑을 얹은 버전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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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주문한 것은 베니에로스의 대표 메뉴이자 가장 기본이 되는 뉴욕 스타일 치즈케이크(New York Style Cheesecake)였다. 한 입 베어 문 순간, 입 안에서 부드럽게 퍼지는 크림치즈의 풍미는 과하지 않으면서도 밀도 있는 질감을 자랑한다. 보통 뉴욕식 치즈케이크는 묵직한 텍스처로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베니에로스의 치즈케이크는 무게감과 부드러움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단맛의 조절이었다. 설탕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고, 크림치즈 본연의 고소함과 산뜻한 마무리를 그대로 살려낸다. 바닐라 향도 은은하게 배어 있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맛을 낸다. 아래 깔린 그레이엄 크러스트도 바삭하고 얇게 구성되어 있어, 케이크 전체의 식감을 해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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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이어서 이탈리안 리코타 치즈케이크(Italian Ricotta Cheesecake)도 함께 시식했다. 이 케이크는 일반적인 뉴욕 치즈케이크보다 가볍고 포슬포슬한 질감이 특징이다. 리코타 치즈 특유의 입자가 살아 있는 부드러움이 인상적이며, 살짝 시트러스 향이 감도는 뒷맛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무거운 디저트를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에게는 이 이탈리안 스타일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

주말 오후, 베니에로스 안에는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뒤섞인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직원들의 응대는 숙련되고 여유로웠다. 오랜 세월 이 가게를 지켜온 전통이 서비스에도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디저트에 대한 설명도 친절하게 해주고, 혼자 온 손님에게도 부담 없이 앉을 자리를 안내해주는 세심함이 인상적이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실내는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인테리어로, 대리석 테이블과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서의 치즈케이크 한 조각은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130년을 이어온 뉴욕의 단맛을 한 입에 담는 감각적 체험이다.

물론, 가격은 요즘 뉴욕 물가를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수준이다. 클래식 치즈케이크 조각이 $5~6대이며, 홀 사이즈도 판매되고 있어 가족 모임이나 파티용으로도 자주 이용된다. 특히 치즈케이크 외에도 피스타치오 까놀리나 셸 모양의 파스티에라도 추천할 만하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기자가 정리한 총평은 다음과 같다.
은 치즈케이크 본연의 균형 잡힌 풍미와 질감에서 이미 정점을 찍고 있으며, 분위기는 전통과 따뜻함이 어우러져 오랜 시간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서비스는 오래된 동네 카페의 정겨움을 간직하면서도 친절하고 숙련되어 있다. 그리고 가격은 퀄리티에 비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곳은 ‘소문대로’가 아니라 ‘소문보다 더한’ 곳이었다.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혹은 이미 뉴욕에 살고 있지만 진짜 치즈케이크의 고전을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면, 베니에로스는 반드시 들러야 할 장소다. 이곳의 치즈케이크는 단지 ‘맛있다’는 표현을 넘어서, 뉴욕이라는 도시의 오래된 시간과 문화를 디저트 한 조각에 담아낸, 진정한 클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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