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시작은 의외로 소박하다. 1927년, 창립자 J. 윌라드 메리어트와 그의 아내 앨리스는 워싱턴 D.C.의 거리에 작은 루트비어 가판대를 세웠다. 당시 이름은 ‘핫 샵스(Hot Shoppes)’. 여름 무더위 속 시원한 음료를 찾던 사람들은 그 작은 공간을 즐겨 찾았고, 부부는 고객과의 접점을 통해 서비스업의 본질을 배워 나갔다. 그들은 음료에만 머무르지 않고 레스토랑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이는 호텔 제국을 향한 긴 여정의 첫걸음이었다.

1957년, 메리어트는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트윈 브리지스 모터 호텔(Twin Bridges Motor Hotel)을 개장하며 호텔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미국 사회는 자동차와 항공 산업의 발전으로 여행이 대중화되는 시기였다. 메리어트는 이 흐름을 누구보다 빠르게 읽어냈다. 단순히 잠자리를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고객이 집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숙박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메리어트의 전략이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메리어트는 꾸준히 호텔을 확장하며 미국 전역에 뿌리를 내렸고,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는 기반을 마련했다. 오늘날 메리어트는 144개국에서 9,400개 이상의 호텔과 170만 개 객실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호텔 체인으로 성장했다. 매출과 회원 수,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거대한 기업이 되었지만, 그 출발은 언제나 고객의 일상 속 필요를 읽어내는 감각에서 비롯되었다.
자산 경량화 모델, 성공의 엔진
호텔 산업은 전통적으로 무겁다. 수억 달러의 부동산 투자, 끝없는 유지·보수 비용, 경기 침체가 오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는 수익 구조까지. 그러나 메리어트는 이 무거운 짐을 과감히 내려놓았다. 대신 건물 소유의 리스크를 파트너에게 넘기고, 자신들은 브랜드와 운영의 두 날개만 챙겼다. 이것이 바로 메리어트의 ‘자산 경량화(Asset-light)’ 모델이다.

오늘날 메리어트가 직접 소유한 호텔은 전체의 0.2%에 불과하다. 겉으로 보기엔 세계 곳곳에 ‘메리어트 호텔’ 간판이 걸려 있지만, 그 건물의 주인은 대부분 지역 개발사나 투자자다. 메리어트는 그들에게 브랜드 가치와 글로벌 예약망, 그리고 운영 노하우를 제공한다. 대가로 받는 것은 프랜차이즈 수수료와 운영 위탁 수익이다. 다시 말해, 메리어트는 벽돌과 콘크리트가 아닌 신뢰와 경험을 상품화해 돈을 번다.
이 전략의 가장 큰 매력은 가벼움이다. 호텔을 새로 짓거나 매입할 필요가 없으니 자본 부담은 최소화된다. 대신 메리어트는 운영 품질과 고객 경험 관리에 집중하며, 세계 어디서든 빠르게 깃발을 꽂을 수 있다. 미국에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까지, 메리어트가 ‘호텔 제국’으로 성장한 비결은 바로 이 가벼움에서 비롯된다. 물론 그림자는 있다. 호텔 건물의 품질과 서비스는 소유주나 현지 운영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자칫하면 ‘메리어트’라는 이름이 호텔마다 다른 경험으로 소비자에게 기억될 수 있다. 하지만 메리어트는 여기에 표준화된 서비스 매뉴얼과 정기적인 품질 점검, 그리고 무엇보다 메리어트 본보이(Marriott Bonvoy)라는 강력한 로열티 프로그램으로 대응한다. 고객이 느끼는 일관성과 혜택이 브랜드의 신뢰를 지켜내는 방패가 되는 것이다.
자산 경량화 모델은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메리어트의 성장 철학에 가깝다. 건물은 남에게 맡기되, 브랜드 경험은 직접 지휘한다. 이렇게 가볍게 움직였기에 메리어트는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앞으로도 빠른 시장 선점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본보이가 만든 충성도 경제
메리어트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강력한 고객 충성도 프로그램, 메리어트 본보이(Marriott Bonvoy)다. 2019년, 메리어트는 기존의 SPG, 메리어트 리워즈, 리츠칼튼 리워즈를 하나로 통합해 단일 멤버십을 출범시켰다. 이로써 고객은 전 세계 30여 개 브랜드, 9,400개 이상의 호텔에서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본보이는 단순한 포인트 적립 시스템이 아니다. 고객은 숙박을 통해 포인트를 쌓고, 이를 무료 숙박이나 객실 업그레이드로 사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항공사 마일리지 전환, 크루즈 여행, 미식 체험, 콘서트 VIP 입장권 같은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즉, 본보이는 여행을 넘어 삶의 일부가 되는 플랫폼으로 진화한 것이다.
회원 등급 체계도 고객의 충성도를 끌어올리는 장치다. 실버, 골드, 플래티넘, 티타늄, 앰버서더 등급에 따라 업그레이드와 조식, 늦은 체크아웃, 전담 서비스 같은 차별화된 혜택이 제공된다. 특히 앰버서더 회원은 개인 매니저가 배정되어 맞춤형 서비스를 누리는데, 이는 단순한 로열티를 넘어 브랜드 팬덤을 형성한다.

2024년 기준 본보이 회원은 전 세계 1억 8천만 명을 넘어섰고, 이들이 메리어트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충성도 경제가 곧 기업의 안정적 성장 기반이 되고 있는 셈이다. 고객이 메리어트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히 객실의 편안함 때문이 아니라, 이 방대한 로열티 네트워크 속에서 얻는 일관된 경험과 보상 때문이다.
글로벌 확장과 ESG 과제
메리어트는 여전히 확장 중이다. 2025년에는 네덜란드 기반의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 Citizen M을 인수하며 ‘어포더블 럭셔리(affordable luxury)’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이는 밀레니얼과 Z세대 고객을 겨냥한 전략적 행보로,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럭셔리 경험을 추구하는 세대의 특성을 정조준했다. 동시에 룩셈부르크, 우즈베키스탄, 그리스 등지에서 신규 호텔을 오픈하거나 계약을 체결하며 유럽과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확장의 이면에는 도전도 따른다. 케냐 마사이마라에 건설된 리츠칼튼 사파리 롯지는 환경영향평가 논란과 현지 활동가들의 소송으로 개장이 지연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호텔 기업이 환경과 지역 사회의 요구를 어떻게 균형 있게 다루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메리어트는 2025년까지 계란을 전량 케이지 프리(cage-free)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행률이 낮아 비판을 받고 있다. ESG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브랜드 신뢰와 직결된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 수요는 견조하다. 2025년 미국 내 여행은 전년 대비 3% 증가했고, 국제 여행은 6% 이상 성장했다. CEO 앤서니 카푸아노는 “소비자 신뢰 지수가 하락했음에도 여행에 대한 열망은 줄지 않는다”라고 강조한다. 결국 메리어트의 과제는 지속가능성과 확장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에 달려 있다.
메리어트의 성공은 단순한 호텔 제국의 성장 이야기가 아니다. 작은 루트비어 가판대에서 출발해, 자산 경량화라는 혁신적 모델로 무거운 짐을 덜고, 메리어트 본보이라는 강력한 로열티 플랫폼으로 고객을 묶으며,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성장해 온 100년의 서사다. 하지만 이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ESG라는 새로운 요구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넓은 제국도 흔들릴 수 있다.
그럼에도 메리어트는 여전히 여행객에게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선 가치를 제공한다. 그것은 세계 어디서든 익숙한 간판 아래에서 경험하는 일관된 환대이자, 포인트를 통해 이어지는 새로운 여행의 가능성이다. 메리어트는 단순한 호텔이 아니라, 여행과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는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파트너십은 앞으로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여행자의 여정과 함께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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